비극적 사태 터지기 전에 국회가 계엄 해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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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까지도 반대…정치적 판단력에 심각한 의심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한밤중에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비상식적 상황이다. 터무니없는 계엄 선포로 윤 대통령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량한 국민들께는 다소의 불편이 있겠지만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엄 직후 나온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모든 정치활동을 중지하고 모든 언론·출판도 계엄사 통제를 받을 것을 지시했다. 어처구니없다.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악몽이 떠오른다. 국민들의 민주화 의식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이런 군사독재 시절의 통제가 먹힐 수가 있겠나. 국제사회에서도 엄청난 지탄을 받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의 ‘패악질’ 때문에 계엄 선포가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공감하기 힘든 얘기다.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로 풀어야지 군 병력을 동원한 계엄 선포로 맞선다면 독재정권과 다를 게 뭔가. 비상계엄은 대규모 국민적 저항을 부를 게 뻔하다. 비극적 사태가 생기기 전에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조처를 즉각 해제하는 게 옳다.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맞아 대통령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조치다. 일시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제약되며 삼권분립도 무시된다. 헌법 77조에 따르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이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을 제약하는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런 엄청난 조치를 취하려면 그에 걸맞은 사유가 분명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지금 계엄이 나와야 할 이유가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시대착오적 계엄 선포는 한국 경제를 나락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헌법 89조에 따르면 계엄 선포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어제 계엄 선포는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는 셈이다. 또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고,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실제로 4일 새벽에 여야 190명의 의원들이 긴급 본회의를 열어 전원 일치 찬성으로 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여당의원들도 표결에 참여했다. 이런 뻔한 상황도 예상하지 못하고 계엄을 선포했단 말인가.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판단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고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여당에서도 반대하는 계엄을 추진하는 정치적 자폭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대부분의 참모도 회견 내용을 까맣게 몰랐다고 하니 이런 중대한 결정을 하기 전에 누구와 상의했는지도 의문이다. 이번 계엄 소동으로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맞게 됐다. 설마하던 대통령 탄핵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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