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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반도체 업계 비상인데…느긋한 정부 "美수출통제, 영향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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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5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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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 등에 수출하는 것을 막는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 정부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에 따라 HBM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에도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이 허용하는 수출 방식으로 전환하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HBM에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패키징한 AI(인공지능)칩 형태로 수출하면 미국의 통제망을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산업부는 “통제 대상이 미국의 국가안보 관점에서 중요성이 큰 첨단 수준의 반도체장비로 설정돼 있고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은 소수인 것으로 파악돼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VEU(Validated End-User) 승인을 획득한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와 관계없이 반도체장비 수출이 가능하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VEU로 지정했기 때문에 해당 공장으로 반도체 장비 반입은 막히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한국과 다르게 일본이나 네덜란드 등이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면제국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선 “일본 등은 이미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실제 통제 효과는 유사하다”고 산업부는 평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장기적으로 HBM 시장이 더 커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HBM의 중국 수출이 제한되면서 그 자리를 중국 업계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반도체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의 HBM 매출 가운데 30%가 중국 시장에서 나온다. 미국의 이번 통제로 영향을 받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라고 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강화할 가능성도 크다. 정부의 판단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 유지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산업부는 오는 4일 반도체장비 업계와의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 상세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와 무역안보관리원(KOSTI)에 ‘수출통제 상담창구’를 개설해 운영한다. 정예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과장은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이번 조치의 영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양국 기업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중·나상현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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