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실존적 위협 없었다…실제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위협"
"국민이 민주주의 지탱…자유민주주의 종말 예측하는 사람 주목해야"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관련 담화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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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3일(현지시간) "한국에서 계엄령, 그리고 법치로 대응"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뒤집으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WP는 이날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수십년간 이어진 한국 민주주의가 시험에 빠졌다"고 적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북한의 공산세력'과 야당이 장악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괴물이 된' 국회로부터 나라를 지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며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실제 위협은 윤 대통령의 뻔뻔하고 위헌적일 수 있는 민주주의 전복 시도였다"고 주장했다.
WP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고 미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이 시기에 이런 사건은 민주주의 제도가 회복력이 있으며 자유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보편적이라는 믿음을 다시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WP는 여야 정치인들이 초당적으로 비상계엄은 잘못됐다고 선언했다며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 강제로 들어가야 했고 계엄령을 뒤집어야 했다. 대중도 정치 집회 금지령을 어기고 새벽 일찍 모여 계엄령 해제를 촉구했다"고 비상계엄 상황을 짚었다.
WP는 윤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국회의 결정을 따라야 했다며 그가 "권력 게임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며 이에는 탄핵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적었다. 또한 "군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집행을 어기고 국회의원들과 용감한 시민들에게 양보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덧붙였다.
WP는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러시아에 군을 파병하고 있지만 북한의 긴박한 위협을 증명할 만한 특이한 북한군 부대 이동이나 동원 조짐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WP는 이어 윤 대통령의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실존적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다며 실제 위협은 윤 대통령에 대한 위협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와 야당의 탄핵 공세 및 예산 삭감, 20% 초·중반으로 떨어진 지지율, 디올백 수수와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 의혹으로 인한 윤 대통령의 사죄 등을 언급했다.
WP는 윤 대통령이 야당의 탄핵 공세 등으로 인해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권력이 공유되는 체제에서 모든 정치 지도자는 예산이 막히거나 관료들이 끊임없는 수사를 받는 것에 대해 불평한다"며 "미국에서는 이러한 불평을 자주 듣는다"고 적었다. WP는 "그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며 "정답은 새로운 군사 독재로 민주주의를 뒤집고 헌정 질서를 찬탈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WP는 1987년 민중의 힘을 보여준 시위 끝에 한국의 군부 통치가 종식됐다며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민주주의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윤 대통령의 선언이 "그 이전의 암울했던 시대로 시계를 되돌리려는 노력이었다"고 질타했다.
WP는 "다행히도 이 사건에서 민주주의는 한 사람의 훼손 시도보다 더 강한 회복력을 보였고, 다시 한번 국민들의 힘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의 종말을 예측하는 사람, 특히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강력한 제도와 국민을 가진 나라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종말을 예측하는 사람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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