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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가격 덕에 떴지만 가격 탓에 시들 수도…" 부활한 뷔페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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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2년 전만 해도 문을 닫은 곳이 수두룩했다. 팬데믹 국면에서 소비자가 직접 음식을 담아서 먹는 뷔페는 '위험업종'이었다. 그랬던 뷔페 업계가 최근 '호황기'를 맞았다. 엔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하면서 뷔페 브랜드들이 날개를 펴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호황기가 언제까지 갈 수 있느냐다. 변수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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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업계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사진|이랜드이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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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2일 평일 저녁시간 서울 종로에 있는 명륜진사갈비는 손님들로 붐볐다. 준비한 음식이 너무나 빨리 동났기 때문인지 직원들은 종종 걸음을 치고 있었다. 가격은 성인 1인당 1만9900원. 이곳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유정현씨는 "과거에는 양념갈비만 있었는데 최근에는 삼겹살ㆍ목살 등 고기 종류가 다양해졌다"며 "가격 대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평소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면 식사 장소로 뷔페를 자주 찾는다는 최윤화(27)씨. 윤화씨 역시 뷔페의 가성비와 가심비를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다양한 메뉴가 있어 애써 메뉴 통일을 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디저트까지 한 장소에서 먹을 수 있어서 뷔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뷔페는 '죽어가는 업종' 중 하나였다. 변곡점은 2010년대였다. 외식 트렌드가 '프리미엄(파인다이닝ㆍ오마카세)'으로 넘어가면서 뷔페나 무한리필 점포(이하 무한리필)를 찾는 고객이 몰라보게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휘몰아친 팬데믹은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었다. 2020~2022년 말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수많은 뷔페가 셔터를 내렸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던 뷔페 업계가 최근 다시 호황기를 맞았다. 핀테크 기업 핀다가 지난 9월 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14개 업종 중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가장 크게 늘어난 업종은 뷔페(23.8%)였다. 이런 경향은 카드 매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BC카드에 따르면, 뷔페 업종의 매출액과 매출 건수는 2020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각각 8.9%(이하 연평균), 1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요식업종의 카드 매출액이 불과 1.6% 늘고, 매출 건수는 되레 1.6% 줄었다는 걸 감안하면, 명실공히 '뷔페의 부활'이라 일컬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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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뷔페 브랜드들의 실적도 증가세를 띠고 있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뷔페 '애슐리퀸즈'와 '로운 샤브샤브' '자연별곡'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0%, 35.0%, 32.0% 늘어났다. 매장 수도 증가했다. '애슐리퀸즈'의 매장 수는 지난해 77곳에서 올해 106곳으로 37.7% 늘었다.

무한리필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갈비 무한리필 뷔페 명륜진사갈비는 지난해에만 신규 가맹점을 138곳이나 출점했다. 올해 11월 기준 총 가맹점 수는 630호점을 돌파했다. 2023년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62.2% 늘어난 2508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뷔페와 무한리필이 부활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무엇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외식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뷔페ㆍ무한리필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물가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요노(YONOㆍYou Only Need Oneㆍ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식 소비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뷔페ㆍ무한리필의 인기를 부채질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Z세대 537명을 대상으로 소비 행태를 조사한 결과, 71.7%가 "요노를 지향한다"고 답했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 관계자는 "장기간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파인다이닝ㆍ오마카세 등을 선호하던 외식 트렌드가 뷔페로 이동한 것이다"며 "뷔페식이 소비자들의 가성비와 가심비 두 가지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뷔페나 무한리필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식자재 가격이 더 오르면 이들 역시 버틸 재간이 없어서다. 불안한 징조는 벌써 나타났다. CJ푸드빌의 빕스는 원재룟값 상승을 이유로 2022년과 2023년에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현재 성인 기준 런치는 3만7900원, 디너ㆍ주말ㆍ공휴일은 4만7900원으로 '가성비 식당'으로 부르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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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진사갈비도 지난해 두 차례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2022년 1만6500원→2023년 1월 1만7900원→8월 1만8900원) 올해 4월에도 1만9900원으로 한차례 더 가격을 올렸다. 5개월 사이 가격이 20% 넘게 오른 셈이다. 명륜진사갈비 관계자는 "고기 메뉴를 다양화하는 등 메뉴를 추가하면서 가격이 오른 측면도 있지만 물가 상승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소비자들은 경기가 계속해서 나빠지고 고물가 국면이 이어진다면 뷔페보다 더 극단적인 가성비를 찾아나설 것"이라면서 "뷔페 업계도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다시 찾아온 뷔페ㆍ무한리필의 전성기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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