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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한국 尹과 프랑스 마크롱은 닮은 꼴? 의회 잃고 헌법 남용했다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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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1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리텍스포(LITEXPO)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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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모범국이 흔들리고 있다. 정권이 의회를 무시하고 헌법상 비상권한을 남용했고, 이 결과 좌우 양쪽의 협공을 받는 점까지 닮았다. 프랑스와 한국 얘기다.

프랑스 하원은 미셸 바르니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4~5일(현지시간) 중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앞서 우파 정당 출신의 바르니에 총리는 부자와 기업 증세, 긴축을 핵심으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내놨다. 프랑스의 고질적인 재정적자를 해결하자는 취지였으나, 프랑스의 원내 1당인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과 원내 3당인 극우 성향 국민연합(RN) 앙쪽 모두의 반발을 사면서 결국 불신임 표결로 귀결했다.

애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게 원인 중 하나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르네상스'가 주도하는 중도연합(앙상블)은 지난 7월 조기 총선에서 대패해 원내 2당으로 내려앉았다. 통상적으로 원내 1당에서 총리를 임명하는 게 관례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좌파연합이 내세운 총리 후보를 물리치고 중도 우파계열인 공화당에서 바르니에 총리를 발탁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영미권 언론은 프랑스 하원을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리기 힘든) 교착 상태의 의회”(hung parliament)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다. 3일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전하면서 “야당이 장악한 의회”(파이낸셜타임즈), “정치적 교착 상태”(뉴욕타임스) 등으로 한국 정치상황을 전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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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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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유사점도 눈에 띈다. 둘 다 최고학부인 서울대 법대와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자유주의를 국정이념으로 내세웠고, 모두 고급 공무원(검사, 재무부 관료) 출신이다. 윤 대통령이 야권에서 “오만하다”는 비난을 받는 것처럼, 마크롱 역시 “주피터”(거만하다는 뜻)란 별명으로 불린다. 군경력이 없는데도 애국주의를 강조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정치적 수렁에 빠지게 된 계기 역시 비슷하다. 마크롱 대통령이 임명한 바르니에 총리는 예산안 통과에 어려움을 겪자,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했다. 해당조항은 ‘긴급한 상황’에서 국무회의 승인을 받은 법안을 총리가 의회 투표를 거치지 않고 통과시킬 수 있다는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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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프랑스에선 이같은 헌법 권한을 통해 입법한 사례가 90여건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때는 대부분 여당이 다수당일 때였다. 바르니에 총리가 “이제 우리는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직시해야 하는 진실의 순간에 도달했다”며 비장한 수사를 동원했지만, 의회 없는 정치는 실패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헌법에서 ‘의회 패싱’을 명문화한 이 조항에는 대가가 있다. 총리 불신임이 가결되면 애초 입법하려던 법안도 무산되고 내각은 총사퇴해야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돌발적인 계엄령 정국을 전하는 프랑스 매체의 기사에는 프랑스 정국과 유사성이 엿보인다. 르몽드는 “윤 대통령이 속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예산안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중에 벌어진 일”이라며 예산안을 계엄선포 배경으로 지목했다. 르몽드는 또 “야당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677조 원 규모의 예산안에서 약 4조1000억 원(28억 달러)을 삭감하며,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의 활동 예산을 잘라냈다”고 했다.

AFP 역시 예산안 삭감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은 정치적·정책적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절망적인 움직임이었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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