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부산시민단체 등이 4일 부산 동구 범일동 노동복지회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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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있는 건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영상을 보고 있는 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조아무개(54·부산 해운대구)씨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믿기 어려운 뉴스를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텔레비전을 켰다. 동시에 가족·친구·직장 동료들에게 무수한 카톡이 왔다. 첫마디가 하나같이 ‘미쳤구나’였다. 국회의원회관이 전남도청으로, 국회의원들은 광주시민으로 오버랩됐다. 군인과 경찰이 국회 앞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해산시키고 국회의원들을 잡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끝까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 정말 조마조마한 밤이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부산시민들은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령이 6시간 만에 해제된 것에 안도하면서도 분노를 터트렸다. 민주주의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졌는데 비상계엄령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부끄럽다는 반응이었다.
유아무개(52·부산 연제구)씨는 “어릴 적 아버지를 통해서 들었던 계엄령이라는 것을 내가 경험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충격과 함께 현재의 우리보다 미래의 아이들이 더 걱정되는 우울한 날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윤 대통령을 찍었다는 그는 “정치경력은 없어도 강직하고 소신 있는 검사의 모습을 보고 잘하리라고 믿었는데 제 한 표가 이렇게 후회가 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4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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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엠제트세대는 “역사책에서만 보던 일이 일어났다”고 놀라워했다. 이아무개(26·부산 부산진구)씨는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무서웠고, 정부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비상계엄령이 정말 필요한 조처였는지 의문이 들었고 권력 남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양아무개(30·부산 연제구)씨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민주주의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장갑차가 서울 한복판에 출동하는 것을 보면서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대학교에 다녔던 세대도 다르지 않았다. 강아무개(60·부산 금정구)씨는 “이번 사태는 실패한 쿠데타고 내란이다. 윤석열은 국격을 한순간에 무너트린 범죄자다.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고 내란혐의로 구속하여 종신형에 처해야 한다. 더는 국정 문란 헌정 질서 파괴범에게는 관용이 없어야 한다. 전두환을 용서하니 제2의 전두환 같은 자들이 발호한다. 용서 없이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정치권도 발끈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은 헌법상 대통령의 의무이지만 어젯밤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이다. 부산은 18년 박정희 군사정권을 부마 시민항쟁으로 무너뜨린 도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퇴진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부산의 여러 정당·부산시민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보도자료를 내어 “국회는 헌정 질서를 파괴한 범죄자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탄핵하고 윤 대통령과 하수인들을 신속히 체포해 수사해야 한다. 윤석열과 그 일당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위해 부산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진보당 부산시당은 “더는 대통령이 아닌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야 한다. 내란범 윤석열 즉각 탄핵을 위한 모든 당원 비상행동에 돌입한다. 부산 16개 구·군에서 지역위원회 정당연설회를 개최하고 출·퇴근길 골목마다 1인 피켓 시위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진보당 부산시당이 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교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진보당 부산시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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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이날 오전 10시께 노동복지회관에서 비상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날마다 저녁 7시 서면에서 집회한다”고 결정했다.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는 성명을 내어 “어제 비상계엄령 때문에 국민의 피와 투쟁으로 일궈낸 헌정 질서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21세기 민주주의 국가라는 곳에서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작자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 같은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국민과 함께 싸워나갈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들은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연내 통과 무산될까 안절부절못했다. 부산시 고위 관계자는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의 연내 통과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는데 비상계엄령 때문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하늘이 부산을 도와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 선임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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