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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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4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하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내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켰다. 일부 인권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계엄령 선포에 대해 ‘직권조사’를 하거나 의견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안창호 위원장은 “고민해보겠다”며 확답을 피하다가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5일 열리는 상임위원회에서 안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남규선 상임위원 제안으로 안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4명이 긴급 회동을 가졌다. 남 상임위원 등이 이 자리에서 직권조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안 위원장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남 상임위원은 “안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내일 상임위에서 더 이야기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법 30조 3항을 보면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진정이 없어도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남 상임위원은 “인권위법 30조 3항을 보면 인권침해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될 때 직권조사를 할 수 있다”며 “이 사안(비상계엄 사태)이 직권 조사를 할 만한 사안이지 않나 싶어서 내일 열리는 상임위원회에서 직권조사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일 상임위원회에서 직권조사가 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남 상임위원과 원민경·소라미 비상임위원은 이날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긴급 안건을 상정할 것을 요청하는 문건을 안 위원장과 사무국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열리는 인군위 전원위에서도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직권조사 및 긴급 의견표명 건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인권위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반면 인권위 직원들은 목소리를 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지부는 이날 ‘대통령 윤석열은 국민의 명령에 복종하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이고 폭정과 억압”이라며 “우리는 인권위 소속 인권 공직자이자 대한민국 한 사람으로서 헌법과 국제인권 규범 그리고 양심에 따라 행동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했다.
인권위 내부망에서도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은 안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인권위 내부망에는 “윤석열과 함께 안창호 위원장도 국민의 명령에 따라 사퇴해야 한다” “국민 인권이 심각하게 위협당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인권위는 즉각 입장을 발표하라” “비상계엄과 계엄사 포고령에 대한 직권조사 촉구” 등의 제목으로 직원들의 항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시민단체도 입장 표명 등을 미루고 있는 인권위를 비판했다.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비상계엄령이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반헌법적 상황으로 인해 국민의 인권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국가인권기구가 반드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며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입장을 내지 못한다면 이는 인권위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월 10일 인권의 날 기념식 이전에 계엄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직접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아직 안창호 위원장의 성명이 나갈 계획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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