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의장 ‘월담’으로 시작된 위기 대응…국회 진입 후의 긴박한 상황
비상계엄 선포 당시 우원식 의장은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 후 공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의 전화 보고를 받고 급히 한남동 공관에서 국회로 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담을 넘어 경내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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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 56분 국회에 도착했지만 경찰의 차벽에 막혀 진입하지 못하자, 우 의장은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갔다. 1957년생, 올해 67세의 나이에 감행한 이 행동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회 담장의 높이는 약 1m 남짓이었다.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경호대장이 놀란 나머지 우 의장의 월담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고 전해진다. 국회 관계자는 이를 두고 "국회의장이 월담을 해야 했던 것은 설명이 불가능한 황당한 상황이었다"며 "당시 경호대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기록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국회로 들어간 후에도 우 의장은 안전 문제와 계엄군 진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일부 보좌진과 함께 모처로 이동했다. 국회 관계자는 "계엄군 진입 정보가 계속 들려와 의장 및 보좌진 안전에 신경 써야 했다"며 자세한 위치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자정 무렵 우 의장은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헌법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국민들에게 차분히 상황을 지켜봐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0시 30분경 우 의장은 본회의장 의장석에 올라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를 준비했다. 그러나 회의 준비 중에도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를 막으려는 보좌진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당장 안건을 상정하라”는 재촉이 이어졌지만, 우 의장은 "절차적 오류 없이 처리해야 한다"며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0시 47분 본회의를 개의한 우 의장은 "밖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태일수록 절차적 오류를 용납할 수 없다"며 비상한 각오를 밝혔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오전 1시,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계엄 해제 결의 이후에도 우 의장은 본회의장의 문을 닫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국무회의에서 공식 해제가 이뤄질 때까지 본회의를 계속 열어두는 긴장감 속에 오전 4시 긴급 담화를 통해 대통령에게 계엄 해제를 거듭 요구했다.
결국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되었다. 우 의장은 이를 언론 보도로 접했지만, 팩트체크를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직접 통화해 확인한 뒤에야 5시 50분경 본회의를 정회했다. ‘산회’가 아닌 ‘정회’로 처리한 것은 추가 상황 발생 시 바로 회의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우 의장은 당분간 국회 본청 집무실에 머무르며 사태 수습과 추가 상황에 대비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에서 그의 침착한 리더십과 위기 대응 능력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국회의 신속하고 단호한 대처가 국가 비상사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우 의장의 리더십과 함께 국회 보좌진들의 헌신적인 대응이 더해져,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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