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계엄에 놀란 외국인, 6503억 던졌다…'엑시트 코리아' 조마조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비상계엄 소식에 국내 주요 금융 시장도 흔들렸다.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향후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피 1%대 급락, 외국인 6500억 순매도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6.1포인트(1.44%) 하락한 2464에 장을 끝냈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 계엄 사태 충격에 하락 폭이 2.31%까지 커졌지만, 금융당국이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를 투입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 개입 의사를 밝히면서 낙폭을 일부 줄였다.

중앙일보

코스피가 36.10p(1.44%) 내린 2,464.00에 장을 종료한 4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 시장은 개장 여부도 불확실했다. 전날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거래소가 주식 시장 운영에 대해 “미정”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하지만 오전 4시 30분쯤비상계엄이 해제 된 데다, 섣부르게 주식 시장을 닫았다가 오히려 매도세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정상 개장을 결정했다.

코스피 낙폭이 예상을 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세는 강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 시장(4078억원)과 코스피200 선물 시장(2425억원)에서 총 6503억원을 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장 시작 직후 전 거래일 대비 3%에 가까운 하락 폭을 보였지만, 이후 낙폭을 줄여 0.93% 내린 5만3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2.02%)·삼성바이오로직스(-0.62%)·현대차(-2.56%)·셀트리온(-2.09%)도 모두 전 거래일 대비 주식 가격이 내려갔다.

특히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고 정부 ‘밸류업(기업 가치 개선) 정책’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금융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5.73% 떨어졌고, 신한지주도 6.56% 하락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 데다, 정부 밸류업 정책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하락 폭을 키웠다. 또 윤석열 정부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관련주인 한국가스공사도 전 거래일 대비 18.75% 급락했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로 불리는 대상홀딩스·덕성우·태양금속우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테마주인 오리엔트정공은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외인 이탈에 원화 값도‘롤러코스터’



외환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오후 10시 30분부터 급락(환율은 상승)하기 시작해, 이날 밤 12시 21분 기준 1443.51원까지 떨어졌었다. 달러 대비 원화 값이 144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22년 10월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해제와 외환 당국 개입 노력에 달러 당 원화 가치는 1410원대를 다시 회복했다. 실제 이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도 전날 주간 거래 종가(1402.9원)보다는 7.2원 내렸지만, 1410원대를 유지한 1410.1원에 마감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엑시트 코리아’ 커질 수도



금융 시장 불안은 앞으로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정치적 리더십 실종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특히 향후 정국이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혹은 재계엄령 선포로 이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커질 수 있다.

중앙일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결과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대표 산업인 반도체‧2차전지 등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중시하는 중간재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따른 ‘디스카운트(국내 기업 저평가)’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장 중 최대 7.5%까지 하락했다. 반면 경쟁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반사 이익 기대에 최고 5.2%까지 주가가 올랐다가 1.3% 상승으로 장을 끝냈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투자전략부 관계자는 “메모리칩의 안정적 공급이 인공지능(AI) 밸류 체인(공급망)에서 중요한 만큼 (비상계엄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 글로벌 평판 훼손이 우려된다”고 했다.

외환과 채권시장의 동반 약세도 우려된다. 정부가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선언한 만큼 당장의 큰 충격으로 이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자산 회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한국이 발행한 채권 등에 대해 국가 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 0.032%포인트 수준에서 계엄령 선포 후 0.0365%포인트까지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커진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신용평가사의 한국 전망이 달라질 개연성이 높아졌는데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 시각도 변할 수 있다”면서 “신용 등급이 변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외국인의 한국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