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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계엄령 총대 멘 김용현 국방… 충성파 ‘충암고 라인’ 주목 [비상계엄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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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1년 선배 金 국방이 계엄 선포 건의

과거“어느 軍이 따르겠나”… 가능성 부인

이상민·여인형·박종선 등 충암고 출신

행안장관·방첩사령관 등 요직 장악해

野 ‘한남동 계엄 모의 멤버’ 지목했던

곽종근·이진우 사령관도 주도 ‘핵심’

‘사실상 친위 쿠데타’라는 혐의까지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느닷없고 충격적이었다. 지난 9월 1일 열린 여야 대표회담 때만 해도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계엄 의혹을 제기하자 “말도 안 되는 정치공세”라며 “설사 하더라도 국회에 통보해야 되고, 국회 과반수 동의로 해제된다. 유지가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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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국방부 장관 및 국무위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서울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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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윤 대통령이 요건에도 맞지 않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지속 가능성도 희박했던 계엄 카드를 꺼내 든 배경과 진의는 아직 의문투성이다. 다만 계엄 선포의 길목 곳곳을 장악했던 ‘충암고 라인’이 이번 사태의 흑막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4일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령 선포를 건의한 사람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다.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윤 대통령의 서울 충암고 1년 선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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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김용현, 박종선, 여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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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그는 계엄 가능성을 부인해 왔다. 특히 장관 후보자 신분이었던 9월2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윤 대통령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부승찬 의원 등의 질의에 “국민과 군은 계엄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장관은 당시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 군이 과연 따르겠는가. 저라도 안 따를 것 같다”며 “계엄문제는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입법·예산·탄핵을 무기로 한 야당의 공세,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54·구속)씨의 특검 요구, 10일로 예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한 여당 내 친한(친한동훈)계의 모호한 태도 등이 윤 대통령을 전방위적으로 짓누르자 ‘충성파’인 김 장관이 직접 총대를 멨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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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정권 초기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내며 ‘입틀막 경호’ 논란을 일으켰고,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에도 연루됐다. 최근 윤 대통령의 휴가 중 골프 논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거의 매주 운동하셨다”고 대응해 민주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그런 그를 두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차지철·장세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 장관은 4일 새벽 계엄병력 소집해제를 지시하면서는 “중과부적(수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이었다. 수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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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안보를 위기에 빠트린 데에 김 장관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등 책임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고, 당 비상의원총회에서는 김 장관 해임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그를 해임하지 않았고, 김 장관은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내란죄 고발, 탄핵 추진 방침을 밝힌 이후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계엄법상 계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는 또 다른 직위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공교롭게 충암고 출신이다. 민주당은 이 장관에 대해서도 “위헌적, 위법적 비상계엄”의 책임을 물어 내란죄로 단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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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해 논란을 일으켰던 국군 방첩사령부의 여인형 사령관 역시 윤 대통령의 충암고 9년 후배이다. 계엄이 선포되면 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정보·수사기관을 조정·통제하는 합동수사본부가 방첩사에 꾸려진다. 대북 특수정보를 다루는 국군 777사령부의 박종선 사령관도 윤 대통령의 충암고 11년 후배로 알려졌다.

김 장관, 여·박 사령관,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등 이번 계엄을 주도한 이들은 육사 선후배 관계이기도 해 육군·육사 출신끼리 뭉치는 경향이 짙은 군 내 문화가 이번 사태를 부추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계엄이 3일 실제 선포된 후에는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병력이 국회로 투입됐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의 군사경찰특임대도 동원됐다. 두 사령관 역시 육사 출신이고, 김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주도한 공관 모임 멤버로 지목되기도 했다. 야당은 지난해 3월 이들 세 사람과 여 사령관이 한남동 공관에서 회동하면서 계엄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장관은 당시 이를 부인했다.

유태영·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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