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의회 증언 거부로 투옥까지 ‘충성파’ 관세 정책 주도 전망
트럼프 “한미FTA 개정 협상 도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무역 및 제조업 담당 선임 고문으로 지명된 피터 나바로가 지난 7월 17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직전 미 하원의 1.6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 청문회 증언 거부로 4개월간 투옥됐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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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4일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을 무역 및 제조업 선임 고문으로 내정했다. 트럼프 1기 대중(對中) 무역 전쟁의 설계자이자 관세 부과 지지자로 트럼프 2기의 무역 정책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 첫 임기 때 ‘미국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바이 아메리칸, 하이어 아메리칸)’는 나의 두 가지 신성한 원칙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피터보다 더 효과적이거나 끈질긴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불공정한 무역 협정’이라고 지칭하면서 “그는 이런 협정들을 재협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제 모든 관세 및 무역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했다”며 “그의 임무는 제조업과 관세, 무역 의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바로는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무역 전쟁을 촉발한 배후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중국이 20년간 미국을 등쳐왔다’고 주장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통해 미국에 일자리를 돌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대표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에서 나바로는 “미·중 경제 교역은 핵(核) 공격만큼이나 미국에 위협적”이라고도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의 날선 주장에 열렬히 호응했고, 백악관에 국가무역위를 신설해 나바로를 수장 앉혔다. 특히 공직을 맡지 않았던 교수 출신의 나바로에 대해 트럼프는 주류 엘리트에 대한 반감을 공유한다는 친밀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대중 무역 정책과 제재를 입안하는 데 상당히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 월간지 애틀랜틱은 나바로를 “트럼프의 (대중)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 배후에 있는 미치광이”라고 했다.
1기 당시 트럼프가 관세 등 공격적인 무역 정책을 시사하자 참모들이 “경제를 망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나의 피터는 어디있나. 그는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고 타임지는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당시 ‘강성’ 나바로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온건파 관료들과 여러 번 충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저서 ‘공포(Fear)’에 따르면, 콘은 트럼프가 나바로의 영향을 받아 작성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문건을 대통령의 책상에서 훔치기까지 했다. 강경파 보호무역주의자인 나바로는 한미 FTA에 부정적 입장을 가져왔고 실제 트럼프에게 FTA 폐기 등을 건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나바로를 다시 한번 기용하기로 한 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와의 잠재적 충돌을 예고한다”고 했다. 나바로와 러트닉이 트럼프의 ‘귀’를 붙잡기 위해 무역 정책 주도권 등을 두고 혈투를 벌일 수 있다는 취지다.
트럼프 1기 당시 피터 나바로(오른쪽)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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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나바로는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샌디에이고 시장, 시의회 의원, 주(州) 하원의원 선거 등에 다섯번 출마했다가 모두 고배를 마셨다. 당시 그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었지만 결국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꿨고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 열렬한 지지자로 변모했다. AP 등은 “오만하고 늘 분노에 차 있다는 인상이 유권자들에게 강했다”고 했다.
나바로는 최근엔 미국 하원에서 민주당 주도로 실시된 1·6 의사당 폭동 사태 특위의 소환 요구를 거부하면서 의회모독죄로 4개월간 수감됐었다. 그는 지난 7월 석방되자마자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여자친구와 함께 연단에 서 트럼프 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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