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자체 설계한 AI 칩 트레이니엄./아마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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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공개한 자체 설계 AI 칩 ‘트레이니엄3′가 TSMC의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양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과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탈(脫)엔비디아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AI 칩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제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는 TSMC에 수혜가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AI 칩 수요에 발맞춰 삼성전자도 기술력을 강화해 고객사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현지시각)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아마존의 트레이니엄3는 미국 애리조나 TSMC 공장의 3㎚ 공정으로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은 트레이니엄3가 3㎚ 공정이 적용된 첫 번째 자사 AI 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아마존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연례 행사 ‘리인벤트 2024′에서 자체 설계한 트레이니엄2과 차세대 모델 트레이니엄3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이번에 출시한 트레이니엄2와 관련해 “엔비디아의 블랙웰 플랫폼과 경쟁할 제품으로 특정 영역에서는 엔비디아의 칩보다 40%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킬 수 있다”고 했다. 트레이니엄3는 트레이니엄2와 비교할 때 연산 성능은 2배, 전력 효율이 40%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구글 등이 자체 AI 칩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는 대당 1억원에 육박할 만큼 고가 제품이다. 전력 소모도 상당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애플도 “애플 인텔리전스를 학습시키는 데 아마존의 AI 칩 트레이니엄2를 사용할 것”이라며 “초기 평가에서 AI 학습 효율이 50% 개선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생산 수요처가 다변화되면서 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도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은 첨단 파운드리 공정 기술력에서 가장 앞선 TSMC에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첨단 공정에서 불안정한 수율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고객사의 고성능 칩을 일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아마존과 구글, 메타 등 AI 칩 자체 설계에 나선 빅테크 기업의 주문이 TSMC에 쏠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한편 이 같은 시장의 변화가 삼성전자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은 AI 패권을 강화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데, 핵심인 반도체 생산을 TSMC한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TSMC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빅테크 기업이 제조사 다변화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 기업이 많아지면 미국에 팹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AI 칩 제조 수요가 3㎚ 이하 첨단 공정에 집중된 만큼 기술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시장 성장과 함께 이를 자체 설계하는 빅테크 기업이 늘어나면서 파운드리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4㎚ 이하 첨단 공정에 대한 수요가 커, 삼성전자의 저조한 수율이 뼈아픈 이유”라며 “기술력을 강화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첨단 공정 시장에서 더 이상 격차를 좁힐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전병수 기자(outstand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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