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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선거철도 아닌데…계엄군 300명, 선관위 3시간 점거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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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비상 계엄이 선포됐던 3일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 병력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5일 파악됐다.

중앙일보

5일 오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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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12·3 계엄사태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선관위를 상대로 긴급 현안질의가 열렸다. 회의는 여야 합의로 시작했으나, 회의 초반 야당이 계엄 사태를 내란죄로 규정하자 여당이 반발해 퇴장하면서 ‘반쪽 회의’로 이어졌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회의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경찰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야 할 수 있으니 수사단을 준비해달라’는 요청과 ‘선관위에 우리가 갈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청장과 여 사령관의 통화는 지난 3일 오후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에 이뤄졌다. 여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9년 후배로 민주당이 이날 내란죄 등 혐의로 고발한 8명에도 포함됐다.



조 청장은 선관위에 경찰을 배치한 배경에 대해 이날 오전에는 “계엄사령부의 연락을 받았다”고만 했으나, 오후 들어 여 사령관과의 통화 사실을 언급했다. 조 청장은 “(통화 후) 우발 사태 대비가 필요하다고 봐서 경기남부청장에게 전화해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권한이 없는 방첩사령관이 전화로 도와달라고 해서 보낸 것 아니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방첩사령관이 무슨 일을 할지 저희한테 알려주지도 않았고, 충돌을 (대비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계엄군은 3일 계엄선포 직후 오후 10시 30분부터 약 3시간 20분 동안 약 300명의 군 병력이 선관위를 점거했다.

계엄군의 투입 배경을 둘러싼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왜 진입한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계엄이 이뤄진다고 해도 업무를 이관할 사안이 없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계엄군 반출한 자료 여부에 대해서 “없다”고 했다. 그러자 “방첩사령관이 선관위를 간다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모경종 의원), “명태균씨가 차라리 특검을 받겠다고 이야기한 때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상식 의원), “윤 대통령이 보는 극우 유튜브서 온갖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다. 관련 자료를 확보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의심된다”(정춘생 의원)는 의문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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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선포와 계엄군의 국회 투입에 대한 위헌·위법성 여부를 두고 야당 의원들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이에 설전도 오갔다. 이 장관은 “대통령은 내란죄를 저지른 수괴인가”라는 채현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지 않다.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국회는 국회로서의 역할을 행사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비상계엄의 합헌성과 위헌성은 사후 판단될 문제”라고 했다. 이 장관은 “솔직히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으면 (계엄 해제) 의결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회 권한을 막으려고 마음먹었으면 충분히 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해당 발언을 취소했다,


다만 “국무회의에서 계엄령 선포가 적절했는지를 판단했느냐”는 질문에는 “국방부 장관이 요건을 검토해서 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어떤 의견을 냈느냐는 질의가 반복되자 “저 역시 우려를 표했다”며 “‘반대’라는 단어를 쓴 사람은 두어 명 정도 있었다”고 했다.

계엄사령관 임명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장관은 “국무회의서 계엄 선포만 동의하고 사령관을 임명한다는 내용도 같이 했느냐”는 채 의원 질의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했다. 계엄법 5조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급 장교 중에서 국방부 장관 추천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채 의원이 “비상계엄이 명백한 위법이라는 증거”라고 따지자, 이 장관은 “계엄사령관 임명 절차 하자로 계엄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고 맞섰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했던 경찰을 향해선 “내란 동조자”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경찰은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오후 10시 46분 첫 출입을 통제했다. 김봉식 서울청장의 지시로 오후 11시 6분부터 20분가량 출입이 허용됐지만 계엄사 포고령 전달 후 다시 출입이 통제됐다. 야당은 “형법상 내란죄와 국헌문란”(용혜인 의원), “내란죄에 동조한 범죄 혐의자”(윤건영 의원)라고 주장했다. 조 청장은 “문제가 없다.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국회 출입 통제를 주도한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은 “대통령 명령이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회 행안위는 이날 현안질의를 마친 후 계엄 사태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7명을 내란범죄 혐의로 신속하게 체포할 것을 수사기관에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행안위는 결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제안할 예정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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