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호국영웅 및 유족들과 함께 행진을 지켜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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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국회에 나와 “대통령 담화로 계엄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계엄포고령 또한 그저 전달받은 것이며, 자신은 계엄군의 국회 투입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황당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 총장은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 무장 여부도 몰랐다”고 했다. 당시 그는 계엄사 상황실에서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해 '어떡하냐' 하면서 발만 동동 굴렀다고 한다. 김선호 국방차관은 “국회 병력 투입은 장관이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요약하자면 계엄사령관은 계엄군 병력조차 통제하지 못한 채 ‘바지 사령관’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박 총장과 김 차관의 증언은 모두 한 사람을 가리킨다.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이다. 이들이 ‘면피’를 위해 거짓말한 게 아니라면 계엄 준비와 실행, 계엄군 작전 지시가 모두 그의 주도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다. 국방장관이 군령의 생명과 같은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개별부대에 작전권을 행사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런 비정상적 지시로 국회에 진입한 부대가 전시 비밀작전을 담당하는 제707특수임무단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지휘계통을 거치지 않은 우회로로 최정예 자원을 실전 투입할 수 있다면, 야당이 제기한 ‘국지전을 통한 남북 무력충돌’ 시나리오도 터무니없는 걸로 치부하기 어렵다. 비상계엄도 다들 코웃음 친 '괴담'에서 시작됐다.
군을 이렇게 망친 사람을 사직했다고 순순히 보낼 수 없다. 다른 죄도 아닌 형법이 규정한 가장 중죄(형법 각칙 첫 조항)인 내란 혐의 고발사건이다. 나라 안보를 책임진 국방장관이 군의 지휘명령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린 엄중한 사안이다. 김 전 장관의 행적, 직권남용 등 위법 여부, 나아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대통령 관여 부분을 밝혀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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