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하마 주민들이 5일(현지시각)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아사드 정부군을 몰아내고 진군한 이슬람 반군을 반기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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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시리아 알레포를 ‘깜짝’ 점령한 이슬람 반군이 또다시 진격해 이번엔 시리아의 네번째 대도시 하마를 점령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하 하이아트)은 5일(현지시각) 성명을 잇따라 내어, 며칠 동안 전투를 벌인 끝에 하마에 들어가 시를 완전히 장악하고 교도소의 재소자들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시리아군도 이날 “민간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하마에 주둔한 군대가 시 바깥에 재배치됐다”고 철군을 시인했다.
하이아트가 이끄는 이슬람 반군의 하마 장악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또 한번 큰 타격이다. 앞서 이슬람 반군은 지난주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를 전격 공격한 뒤 점령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슬람 반군이 점령한 하마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이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와 알레포를 잇는 길목이며, 시리아 지중해 해안과 레바논으로 갈라지는 중요한 분기점인 홈스에서 40㎞밖에 안 떨어져 있다. 이곳은 다마스쿠스의 아사드 정권이 러시아와 이란으로부터 군사 지원을 받는 주요 통로이다.
하마를 점령한 이슬람 반군은 온라인에 올린 영상에서 다음 목표는 홈스라고 공언하고 있다. 다마스쿠스에서 180㎞ 남짓 떨어진 홈스는 이슬람 반군이 다마스쿠스로 진군하기 위해선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시리아 사람들이 5일(현지시각) 이슬람 반군과 아사드 정부군의 전투를 피해 칸 샤이쿤을 지나 북쪽으로 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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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들 이슬람 반군이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지역 전문가 조지프 데이허는 “이슬람 반군이 점령지역을 제대로 관리하는 건 힘겨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그들의 힘은 매우 엷게 넓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이란과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그냥 두고 볼 가능성도 별로 없다. 러시아와 이란이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의 대결로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유가 많지 않지만 이 지역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네트워크를 저버릴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 러시아와 이란은 아사드 정권 지지를 공언하고 있다.
이슬람 반군이 이번에 점령한 하마는 1982년 바샤르 아사드의 아버지 하페스 아사드가 이슬람 무슬림 형제단이 이끈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해 몇만 명을 살해하는 비극을 겪은 도시다. 그리고 아랍의 봄이 한창이던 2011년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의 주요 무대가 됐다. 몇만 명이 하마의 거리에서, 또 시리아 전역에서 아사드 정권 퇴진을 외치며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으나, 이번엔 아들 아사드 정권이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이에 반정부 세력이 총을 들고 맞서면서 시리아는 내전에 빠져들었다. 시리아 내전으로 적어도 몇만 명이 숨졌고, 1200만명이 집을 잃고 떠도는 신세가 됐다.
하이아트의 지도자 아부 모하메드 알졸라니는 5일 온라인에 올린 짧은 영상에서 과거 유혈 사태를 거론하며 “우리 전사들이 하마에 들어가 40년 동안 시리아에 남아있던 상처를 깨끗이 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반군이 점령한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 시가지 모습. 5일 찍은 항공사진이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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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반군은 남쪽으로 진격해나가는 한편으로 후방에선 지난주 점령한 알레포의 일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슬람 반군은 알레포에서 행정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조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알레포 주민을 인용해 “이슬람 반군의 점령으로 문을 닫았던 많은 가게와 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이슬람 반군은 전기 공급을 재개하려고 나섰으나 은행 업무는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또 전직 정부 보안 요원 및 군인들에 대해서는 사면 조치를 내렸다. 이슬람 반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1천명이 사면받았고 몇천명이 심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전문가 조지프 데이허는 “이번 이슬람반군의 공세가 스스로 존경받을 만한 행위자로 보이려는 오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아트가 애초 알카에다와 연계된 조직으로 출발했지만 “이제 더는 알카에다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주 조직도 아니다”며 이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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