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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무디스 이어 피치도 경고 "韓 불확실성 장기화시 신용 하방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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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정치적 변동성에도 한국의 신용 펀더멘털은 건재하다' 보고서. 피치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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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피치’가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속에서도 한국 신용이 견고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신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6일(현지시간) ‘정치적 변동성에도 한국의 신용 펀더멘털은 건재하다’ 보고서를 통해 “한국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즉각적인 철회 이후 정치적 위험은 향후 몇 달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되거나 정치적 분열이 정책 집행, 경제 성과 또는 재정 관리를 훼손할 경우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본 시나리오상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AA-/안정적’을 뒷받침하는 경제·대외 신용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봤다. 피치는 “계엄령 선포로 인한 문제들은 헌법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국의 제도적 견제와 균형을 대체로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령 철회와 한국은행·기획재정부의 적극적 대응 이후 환율과 금융 시장의 초기 압력이 완화되는 등 금융 시장 위험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한국이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변동을 경험했음에도 국가 신용 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피치는 “세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통치 지표는 정치적 분열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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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다음 날인 4일 새벽 국회로 진입하려는 군인들을 국회 보좌진과 시민들이 막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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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피치는 “계엄령 선포가 일시적이었다고 해도,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위험 인식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특히 입법부와 행정부 간 마찰로 정부의 정책 실행 능력이 저해되고, 검찰과 감사원 등이 주도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등 최근 일련의 사태는 정치권 내 긴장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임·탄핵 등 정치적 변화가 이뤄지는 경우의 수도 제시했다. 피치는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정치적·대중적 압력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다수결을 결정해야 하며, 이 과정은 몇 달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사임하면 예정된 2027년 대선보다 앞서 60일 이내에 새로운 대선이 실시되는데, 선거 결과는 불확실하지만 정부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주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보다 완화된 재정 정책 기조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결국 관건은 일련의 사태가 얼마나 빨리 종식되느냐에 있다. 피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신속히 해결되면 성장 위험은 완화될 수 있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위험을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가계와 기업 신용 저하와 공공재정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끝맺었다.

앞서 또 다른 신평사인 무디스 역시 계엄 사태 후폭풍이 적시에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해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치면 신용에 부정적일 것”이라며 “취약한 경제성장 전망,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환경,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제약을 포함한 수많은 위기에 대처할 정부 역량에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피치의 분석과 유사한 취지다.

다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번 사태가 한국 신용등급에 실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S&P의 킴엥 탄 전무는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국의 현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을 바꿀 실질적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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