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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현장연결] '노벨 문학상' 작가 한강 스웨덴 현지 기자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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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연결] '노벨 문학상' 작가 한강 스웨덴 현지 기자 회견

올해 노벨상 시상식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금 스웨덴 현지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 작가 한강이 공식 기자회견을 엽니다.

한강 작가는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된 이후 그간 말을 아끼고 이번 노벨 시상식에서 소감을 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대한민국 현대사에 있던 깊은 상처를 숨기지 않고 전 세계에 알린 한강 작가가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주목됩니다.

현장 모습 함께 보시죠.

[한강 / 작가]

[진행자]

한강 작가를 환영합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지금 한 40분 정도 과정을 밟도록 하겠습니다.

굉장히 많은 한국의 기자님들이 함께 이 자리에 함께 하셨습니다.

질문은 영어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자회견은 국제적인 기자회견이기 때문입니다.

한강 선생님 다시 한번 스톡홀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젯밤 늦게 도착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웨덴에 오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노벨 수상자로 다시 오신 것을 굉장히 환영합니다.

제가 질문을 기자분들께 받기 전에 먼저 한 가지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다 아시다시피 지금 전 세계의 눈이 한국에 집중돼 있습니다.

작가님 이번 주가 어떠셨습니까?

[한강 / 작가]

먼저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스톡홀름에 오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 기쁩니다.

다시 스톡홀름을 방문하게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 분들이 그랬을 텐데 충격도 많이 받았고 아직도 굉장히 많은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뉴스를 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기자분들께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손을 들어주시고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번에 질문을 하나씩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뒤에 계신 분 카메라에 가리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뒤에 계신 재킷 입으신 기자분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이크 건네주시겠습니다.

그리고 먼저 소개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자]

저는 KBS에서 온 유동엽 기자라고 합니다.

한강 작가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한국의 모든 시민을 대변해서 오늘 이렇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한국은 극단적인 혼란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러 국가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고 현재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책을 덜 읽게 되고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이 세계에게 문학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강 / 작가]

먼저 아까 제가 잠깐 짧게 말씀드렸는데 저의 생각을 잠깐 정리해서 말씀을 드린 다음에 지금 하신 질문에 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서 79년 말부터 진행되었던 계엄 상황에 대해서 공부를 했었는데요.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2024년 겨울의 이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다 생중계가 되어서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저도 그 모습들을 지켜보았는데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 서서 멈추려고 애를 쓰셨던 분들도 보았고 그리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이제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들도 보았고 또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봤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에 군인들이 물러갈 때는 잘 가라고 마치 아들들한테 하듯이 그렇게 소리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젊은 경찰분들 그리고 젊은 군인분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 그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을 하려고 하고 어떤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이 됩니다.

바라건대 무력이나 어떤 강압으로 어떤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할에 대해서 물어보셨는데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그런 행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어떤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되죠.

그래서 어떤 갑작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서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서 애쓸 수 있는 어떤 힘이 생긴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어떤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기자]

스웨덴 공영방송입니다.

몇 년 전에 한국 작가들이 한국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언론의 자유 그리고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강 / 작가]

정확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잘 제가 몰라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고요.

한 가지 언어의 특성 자체가 뭔가 강압적으로 그걸 이렇게 눌러서 길을 막으려고 한다고 해서 그게 잘 되지 않는 그런 속성이 언어에 있다고 생각이 돼요.

그래서 어떤 일이 있다 해도 계속해서 말해지는 어떤 진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어떤 언어의 힘은 변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중앙일보에서 온 홍유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 내에서 채식주의자가 10대나 일부 학생들에게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학교 부모들 그리고 학교 도서관에서 없애야 한다 주장하는 그런 사상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강 / 작가]

먼저 채식주의자는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2019년에.

고등학교의 문학 교사 선생님들이 이제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읽히고 학생들이 오랜 시간 토론을 해서 이제 그 소설이 선정이 되었었는데요.

그래서 그때 스페인어로 채식주의자를 번역하신 윤선미 선생님과 함께 그 산티아고에 가서 학생들이 토론하고 그리고 이제 시상식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그런 과정에 참여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학생들이 깊게 생각하고 소설을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감명 깊었어요.

그때 저도 이제 중고등학생들을 생각해 봤는데 문화 차이도 있고 중고등 학생들이 그렇게 하기는 좀 어렵겠다.

한국에서는 그런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서 낭독회를 할 때 가끔 고등학생들이 채식주의자를 가져와서 사인해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제가 항상 이건 나중에 읽고 소년이 온다 읽어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이제 저의 개인적인 이제 생각이고요.

채식주의자가 지금 받고 있는 어떤 오해들에 대해서 잠깐 지루하실 수도 있겠지만 잠깐 해명을 하고 싶은데 허락해 주신다면 채식주의자는 질문으로 가득한 소설이에요.

제목부터 채식주의자인데 굉장히 아이러니한 제목이거든요.

주인공을 지칭하는 것인데 주인공은 단 한 번도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명명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목부터 이미 아이러니가 들어있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인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인공이 말을 하는 부분은 없거든요.

앞쪽에 약간 악몽의 독백 정도가 나오고 나머지는 철저하게 이 인물이 대상화돼서 그려져요.

그래서 오해 받고 혐오 받고 욕망 되고 동정받고 그렇거든요.

완벽한 객체로서 다뤄집니다.

그리고 이 소설 속에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라는 문학적 장치가 있는데요.

첫 번째 장의 화자가 가장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이고 두 번째는 역시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이지만 좀 1장보다는 덜 하고 마지막 화자도 역시 계속해서 주인공 영애를 진실을 파악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다 약간씩 신뢰할 수 없는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이야기를 할 때 계속해서 문장마다 아이러니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런 걸 생각하면서 읽어주시면 더 흥미롭게 읽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를 굉장히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또 오해도 많이 받고 있는데 그게 그냥 이 책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이제는 들기도 해요.

그렇기는 하지만 이 소설에다가 유해 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를 하고 이런 것이 책을 쓴 사람으로서는 좀 가슴 아픈 일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좀 더 들어가 보면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도서관에서 몇천 권의 책들이 폐기되거나 열람 제한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의 권한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그분들이 많이 고민하고 책들을 골라서 비치를 하고 그런 역할을 하시거든요.

그런데 이제 자꾸 이러한 상황이 생기면 아마 검열을 하시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게 좀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책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존재이고 우리가 책들을 읽으면서 공존하는 법, 타인을 이해하는 법,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 이런 것들을 배워가고 그러면서 뭔가 성숙한 태도도 갖게 되고 좀 열려 있는 어떤 공동체가 된달까?그럴 것 같은데 그런 인문학적인 토양의 기초가 되는 것이 도서관인데 사서 선생님들의 어떤 권한을 잘 지키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기자]

저는 조수현 YTN 기자입니다.

한국의 24시간 뉴스 채널입니다.

이번 주에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채식주의자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올해 노벨상을 수여에 큰 기여를 한 책인데요.

이 책의 주된 메시지는 무엇일까요?세계의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채식주의자의 주된 메시지는 무엇일까요?굉장히 복잡한 것일 수 있고 아마도 답변하기가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사람들이 가장 크게 가져가야 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강 / 작가]

이 상은 하나에 주는 게 아니라 한 작가가 쓴 전체 작품들에 주는 상이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고요.

이 소설은 여러 레이어를 갖고 있어서 어떤 것이다라고 이렇게 딱 집어서 말하는 것도 이 소설의 적합한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일단은 이제 폭력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요.

인간이 이 세계에서 완벽하게 폭력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런 질문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정말로 완벽하게 폭력을 거부하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그녀를 둘러싼 세계는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가 이런 것들을 더듬어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뭐가 정상이고 무엇이 광기인가 하는 문제도 있는데요.

아마도 그 신뢰할 수 없는 화자들의 입장을 따라서 스스로 읽어가던 분들은 정말 이상한 여자야, 정말 이상한 인물이야.

왜 이렇게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걸까 이렇게 생각하며 읽은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마지막에 책상을 덮고 나면 그런데 이 누가 더 이상하지.

이 여자를 둘러싼 세계가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그냥 고기를 고기를 안 먹겠다고 한 거였는데 왜 이런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의문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사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장면은 가족들이 영예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는 장면이에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세 파트에 모두 다 반복해서 썼어요.

정말 이상한 장면이잖아요.

그렇게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관계인가라는 질문도 하고 싶었고 어떻게 보면 영혜 우주 속에서 영혜는 어쩌면 제정신인 아주 제정신인 존재일 수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인물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류의 일원이 더 이상 되지 않기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앞으로 전진하는 인물입니다.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 세계의 폭력이 더 미쳐있는 것일 수도 있는 거죠.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거죠.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고요.

너무 길었죠.

그리고 또 여러 레이어가 있는데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도 있고요.

무엇인가를 거부한다는 것에 대한 질문도 있고 우리의 신체가 우리의 최후의 피신처일 수도 있는가 그런 질문도 있고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두 여성.

두 자매가 사실상 이 소설의 주인공인데 그 여성의 목소리 비명일 수도 있고 굉장히 여러 레이어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한마디로 이 소설을 정의하기는 어렵고 수많은 질문들로 가득 차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아리랑TV에서 온 송유진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인터내셔널 TV 채널이고요.

우선 이렇게 직접 한강 작가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번 주 노벨 주간에 참여하시게 된 동기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문학상 수상자로서 상당히 빡빡한 스케줄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어느 부분인가요?

[한강 / 작가]

이 상은 문학에게 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에게 쏟아지는 개인적 관심에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근데 한 달 넘게 생각을 해보니까 이 상은 문학에게 주는 것이고오 문학에게 주는 상을 제가 이번에 받았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좀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이렇게 해서 저는 대단히 편안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글을 쓸 것입니다.

이제 다시 글을 쓸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번 노벨 주간에 너무나 많은 일을 제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이 가장 어려운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후로는 보다 더 노벨 주간을 즐길 것입니다.

저는 국립도서관도 방문할 것이고 제가 존경하는 아스트리글리글랜드의 아파트도 가볼 것입니다.

지난번 스톡홀름에 방문했었을 때 도시 관광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여유시간은 유니버켄을 방문했었던 딱 한나절의 시간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주에는 주에는 제가 더 많은 스톡홀름 도시를 탐방할 예정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연합뉴스TV 신새롬이라고 합니다.

저는 노벨상 뮤지엄에 찻잔과 노트를 남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어떤 소장품을 둘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셨을 거라 생각하고 그리고 매일 어떤 루틴을 정해놓고 그 루틴에 맞게 행동 습관을 만드셨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떤 루틴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한강 / 작가]

제가 찻잔을 이 박물관에 기증을 한 이유는 그게 저에게 굉장히 친밀한 사물이였어요.

그래서 너무 거창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저희 루틴을 그냥 보여주는 저에게 아주 소중한 것을 기증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뭔가 그런 게 좋아서요.

단순하고 그냥 그냥 조용하게 한마디를 건네는 느낌이 좋아서 그렇게 한 거였어요.

이게 아주 조그만 티컵이어서 찻잔이어서 제가 그때는 카페인을 많이 마셨는데 요새는 카페인을 다 끊었는데요.

하루에 몇 번씩 책상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딱 그 잔만큼만 홍차를 마셨거든요.

그러면서 그 찻잔이 뭔가 계속해서 저를 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 같은 것이어서 저의 글쓰기의 아주 친밀한 부분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기증한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올해 지금이 작가로서 활동을 한 지 꼭 31년이 되는 겨울이에요.

근데 사실 그 메모에 쓴 것처럼 항상 그런 루틴을 지키면서 살았다고 하면 아주 큰 거짓말이고요.

대부분은 방황하고 무슨 소설을 쓰지 고민하고 소설이 잘 안 풀려서 그냥 덮어놓고 그냥 걷고 이런 시간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근데 그 찻잔을 이제 사용할 때에는 그땐 또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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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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