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8 (토)

탄핵정국 후폭풍…초유의 준예산 닥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계엄 후폭풍과 야권의 탄핵 추진으로 정국 혼란이 가중되면서 내년 예산과 민생법안 처리가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다. 예산안 표류 장기화로 초유의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나오면서 가뜩이나 경기 부진으로 신음하는 한국 경제는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민생법안 처리도 줄줄이 지연되면서 민생 경제가 받을 타격도 상당해 정국 혼란이 하루빨리 수습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677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관련 여야정 협의는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준예산 사태까지는 아직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준예산은 내년 예산안이 12월 31일 자정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편성하는 임시 예산이다. 헌법상 준예산 사태가 발생하면 공무원 인건비, 국고채 이자비, 국민연금, 아동수당, 생계급여 등 기본적인 예산 집행만 가능하다. 인건비나 각종 연금, 수당 등 인상분은 지급할 수 없다. 올해 예산에 준해서 예산 집행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복지 재원 지출이 제한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자를 1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늘리기로 한 것도 예산 통과 전까지는 100만명 수준에 머물게 된다. 165만원에서 205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병장 기준 병사 봉급 인상도 보류된다.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급여를 내년에 연 141만원 증액하는 것도 준예산 사태가 해소되기 전까지 막히게 된다. 육아휴직급여를 최대 연 510만원 인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정부 지출 중 의무지출 외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상당수를 지출할 수 없게 된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R&D 예산은 29조7000억원이다. SOC 예산은 25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 예산 전문가는 "준예산 사태가 벌어지면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 절반 이상 지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준예산 상황 때 지출할 수 있는 항목과 없는 항목을 아직 구분해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종 세법 개정안도 정국 혼란이 수습되지 않으면 연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과세가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투세법 시행 시 국내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민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민생법안도 장기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폐지법, 단말기유통법 폐지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 폐지법 등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정국 혼란이 해소된다고 해도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50%→40%) 관련 상속·증여세법 개정안도 야당 반발이 심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배우자 상속공제를 현재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해 둔 상태다.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법안도 상당수 연내 처리를 담보할 수 없다. 전력망 확충법은 국가기간 전력망을 적기에 건설하기 위해 전방위적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여야는 이달 10일까지인 정기국회 기간 내 전력망 확충법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했지만 계엄·탄핵 정국에 발목을 잡혔다.

여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도 연내 통과가 불투명하다. 원전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폐물) 영구 처리시설을 짓기 위한 고준위방폐장법도 사실상 연내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연내 수립해야 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이달 국회에서 보고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11차 전기본에는 신규 원전 3기·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계획 등이 담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내 국회 보고를 거쳐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었다. 이후 신속히 원전 건설 용지 선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계획 역시 차질을 빚게 됐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산업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미국이 각국 반도체 생산기지를 자국에 유치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반도체특별법 통과는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신유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