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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中 과잉공급' 버거운데, '계엄'까지…위기에 빠진 '산업의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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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주요 철강·화학 기업 영업이익/그래픽=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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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雪上加霜). 철강·화학 업계가 올 연말 처한 현실이다. '산업의 쌀'이라 불릴 정도로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이지만, 중국발 과잉공급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에 이어, 계엄 정국에 따른 환율 불안의 직격탄까지 맞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포스코홀딩스 철강 부문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1조302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120억원) 대비 41% 감소했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올 3분기까지 2053억원으로 전년비 80% 줄었다.

석유화학 부문의 상황도 비슷하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27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371억원의 적자를 시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올해 영업손실 6600억원 수준으로 전년비 적자폭이 1970% 커졌다.

두 업계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는 중국발 과잉 공급이 꼽힌다. 중국 내수 경기가 부진에 빠졌지만, 현지 기업들은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고, 남아도는 물량들이 저가로 글로벌 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하며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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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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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생산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 폐쇄에 이어, 지난달 1선재공장의 셧다운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포항2공장의 가동 중단을 추진키로 했다. LG화학은 올들어 나주 알코올 공장과 대산·여수 스티로폼 원료 공장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여수 2공장의 PET(페트) 공장이 이미 멈췄고, 일부 라인 역시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 변수까지 얹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 확정되며 '강 달러'가 지속되던 흐름 속에서 '계엄' 이슈가 불거진 탓이다. 연중 13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11월들어 1400원대에 근접하기 시작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후 정국 혼란이 심화되자, 1400원대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1440원대까지도 오른다.

철강과 화학 업계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발 과잉 물량과 1년 넘게 악전고투를 벌여오다가, 새해 반등을 노릴 계획을 짤 때쯤 국내 정치 이슈에 따른 환율 변수가 뜻하지 않게 발발했기 때문이다. 철강 제조에 필요한 철광석, 화학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유 등은 모두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환율이 치솟으면 원료 구입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이익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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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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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공백도 우려된다. 현대제철은 중국산 후판(두께 6㎜ 이상인 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 신청에 나선 상황이고, 정부는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내년 2월쯤 예비판정으로 잠정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정부는 또 정책금융, 중장기 사업 재편 인센티브 등 화학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연내에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비상계엄 후폭풍에 따른 정치적 혼란으로 산업계를 향한 지원책이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정치적 이벤트와 상관없이 민생 정책 우선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할 것이란 메시지를 꾸준히 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무위원 합동 성명을 통해 '석유화학산업 분야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직접 언급하며 "우리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정치 변수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으면서 기업들이 '각자도생'에 빠지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며 "중국발 과잉 공급의 시대에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적시에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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