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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시리아 내전 13년 만에 일단락…반세기 알아사드 철권통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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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시민들이 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의 우마이야 광장에 모여 반군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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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로 진격하던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해방을 선언하면서 시리아 내전이 13년 만에 일단락됐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59)은 도피했으며, 알아사드 가문의 53년 잔혹 통치도 막을 내렸다. 시리아와 중동 정세는 불확실성에 빠져들었다.

일주일 만에 수도 함락한 반군…“불의의 시대 끝났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에 따르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축이 된 시리아 반군은 이날 “우리는 다마스쿠스를 폭군 알아사드에게서 해방한다고 선언한다. 전 세계 시리아 난민들이여, 자유로운 시리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반군은 본격적으로 작전을 시작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수도를 손에 넣었다. 반군은 지난 1일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를 장악한 데 이어, 지난 7일 제3의 도시 홈스로 진입했다. 이어 다마스쿠스 인근까지 도달하며 예상보다 신속하게 성과를 올렸다.

목격담에 따르면 반군은 순조롭게 다마스쿠스에 진입했다. 수천 명이 다마스쿠스 광장에 모여 “자유”를 외치며 이들을 환호했다. 다마스쿠스 중심가에 있던 알아사드 대통령의 사진은 불태워졌으며, 그의 아버지 하피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동상은 쓰레기에 덮였다. 다른 지역에서도 반군의 승리를 축하하는 행렬이 이어졌고 제2의 도시 알레포에서는 하피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동상이 쓰러졌다.

반군은 다마스쿠스 근처에 있는 세드나야 군사 교도소를 해방했다고 밝혔다. 세드나야 군사 교도소는 알아사드 정권이 반대 세력 수천 명을 구금한 곳이다. 반군은 “시리아 국민과 함께 수감자를 석방하고 사슬을 풀며 이곳에서 불의의 시대가 끝났다는 소식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수감자의 가족들이 교도소로 향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시리아의 학살자’ 알아사드 행방 묘연…항공기 격추 ‘사망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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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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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사드 대통령은 8일 오전 다마스쿠스를 떠났다고 시리아군 관계자들이 로이터에 전했다. 그의 거취를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다마스쿠스가 함락된 시점에 시리아항공 항공기 한 대가 다마스쿠스 공항을 이륙했으며, 알아사드 대통령이 속한 알라위 종파의 거점 지역을 향해 날다 갑자기 유턴해 지도에서 사라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해당 항공기에 누가 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리아 관계자 두 명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트랜스폰더(무선 송수신기)가 꺼졌을 수도 있지만, 항공기가 격추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며 알아사드 대통령 사망설을 제기했다.

이날 이륙한 유일한 항공편은 모스크바행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CNN은 반군 소식통을 인용해 “반군이 알아사드의 행보를 알 만한 군 장교와 정보 요원을 심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누가 어떻게 시리아를 통치하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당분간 무함마드 가지 알잘랄리 시리아 총리가 정국을 이끌며 권력 이양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알잘랄리 총리는 이날 녹음된 음성 담화를 통해 “국민이 선택하는 어떠한 지도부와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원활하고 체계적으로 정부 기능을 이양하고 국가 시설을 보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민이 지도자를 정해야 한다”며 자유선거를 촉구했다.

HTS 지도자 아부 모하마드 알졸라니는 “다마스쿠스 시내 모든 군대는 공공 기관에 접근하는 것이 금지된다. 공식적으로 인계될 때까지는 총리가 공공 기관을 감독한다. 공중에 발포하는 것도 금지된다”고 지시했다. 또한 “공공 기관은 시리아 국민이 소유하고 있으며 여러분은 그들의 보호자”라고 강조했다.

혼란 빠진 시리아·중동…“평화로운 이행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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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제3의 도시 홈스에서 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시계탑 앞에 모여 반군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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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군은 “테러리스트 조직과 계속 싸우겠다”며 전쟁의 불씨를 남겼다. 이들은 8일 오전 성명을 내 “하마, 홈스 등의 교외에서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슈아 랜디스 오클라호마대 중동연구센터 소장은 “이제 얼마나 평화롭게 이행될지가 관건이다. 정권이 무너진 후 약탈과 방화가 나타났던 이라크 같은 상황이 생길까 모두가 두려워한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시리아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주변국은 대비에 나섰다. 이스라엘에선 골란고원 방어를 강화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요르단 국영 통신 페트라는 “시리아의 안보, 안정, 통일이 중요하다. 이를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정부 관계자 발언을 보도했다. 미 백악관은 “시리아의 놀라운 상황을 자세히 주시하고 있다. 현지와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축출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독재자였던 하피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1971~2000년 재임)의 차남이다. 부친 사망 후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 2011년 ‘아랍의 봄’ 물결을 타고 시리아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민중 봉기가 일어났을 당시 이를 유혈 진압해 ‘시리아의 학살자’로 불린다. 이를 계기로 이슬람 무장세력이 개입하며 시리아 내전이 벌어졌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사린 가스를 비롯한 화학 무기를 사용해 악명을 떨치는 등 대표적인 외교적 기피 인물로 통한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지난 13년 동안 민간인 16만4000여명이 사망했으며 군인과 무장단체 대원 등 전투원 34만3000여명이 숨졌다. 시리아 전체 인구 약 90%가 빈곤층으로 전락했으며 난민 약 1400만명이 발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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