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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단독] 대한의학회장 “내년 의대 증원 ‘제로’ 불가능… 2026년 동결이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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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대한의학회장 인터뷰

조선일보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정부도, 의료계도 이제는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며 “2026년 의대 정원을 종전 수준으로 동결하고, 2027년부터는 추계 기구의 결론을 반영하는 방향이 되도록 의료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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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60) 대한의학회장은 지난 5일 본지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여파로 의정 사태 향방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며 “정부 리더십 공백으로 의료계의 협상 상대가 사라지고 의정 갈등과 의료 개혁 문제가 후순위로 방치되는 상황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다. 대한의학회는 산하에 190여 학회를 둔 의학계 대표 기관으로, 전공의 수련을 책임진다.

이 회장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이종태 이사장과 함께 지난달 11일 ‘여·의·정(與醫政) 협의체’에 참여했다가 3주 만인 지난 1일 협의체 탈퇴를 선언했다. 그는 “성과도 있었지만, 내년 의대 정원 관련 입장 차가 너무 컸다”며 “무리한 2000명 증원으로 현 사태를 야기한 정부가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나 증원 제로(0)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고,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려운 만큼 하루빨리 의사 인력 수급 추계 기구를 구성해 2026년 이후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번 비상계엄 여파로 현 정부 기조에 따른 의대 증원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그러니 의대생·전공의가 스스로 피해를 보는 ‘자해 투쟁’은 이제 멈추고, 복귀를 원하는 이들은 개인 의지에 따라 돌아오면 좋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비상계엄이 의정 사태에 미칠 영향은.

“의료계 일각에선 ‘내년 의대 증원도 원점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고 하는데, 현 시점에선 불가능하다. 당장 13일까지 각 의대 수시모집 합격자가 발표된다. 가장 우려되는 건 거대한 정치 이슈 앞에 의정 갈등과 의료 개혁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누군가는 의료계와 협상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리더십 공백이 발생했고, 새 리더십이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결정 못 하고 이대로 시간만 흘러가 버릴 수 있다.”

-의료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부 잘못이 크지만, 각 의대 합격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2025년 의대 모집을 중단하라. 증원을 백지화하라’는 주장은 국민의 공감, 사회적 합의를 얻기 어렵다. 지금은 그런 주장을 되풀이하기보다 내년 초까지 빨리 의사 수급 추계 기구를 꾸려 2026년 이후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올해 입시가 끝나면 ‘2026년 의대 모집 백지화’ 주장이 나올 거라는 전망도 있다.

“그럴 것이다. 1968년 학내 소요로 이듬해 신입생을 안 뽑은 도쿄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입시생이 현존하는 만큼 2026년 백지화 또한 사회적 합의를 얻기 어렵다. 2026년 의대 정원을 종전 수준으로 동결하고, 2027년부터는 추계 기구의 결론을 반영하는 방향이 되도록 의료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다만 내년부터 의대 교육 (부실) 문제는 분명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문제는 교육부와 각 대학이 확실히 대책을 내놔야 한다.”

-여의정 협의체에 왜 참여·탈퇴했나.

“조건 없는 의대생 휴학 승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자율성 보장 등 당장 목소리를 내야 할 과제가 있었다. 그 부분에서는 성과도 냈다. 하지만 2025년 의대 증원과 관련한 입장 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2025년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네 가지 안을 제시했는데 정부가 받지 않았다. 애초 참여할 때부터 12월 초를 정원 논의의 마지노선이라 생각했고, 더는 대화 진전이 어렵다는 ‘벽’을 느껴 탈퇴한 것이다. 정부가 전혀 유연함을 보이지 않았다.”

-의료계에서 ‘대화 무용론’이 나왔다.

“잘못한 사람이 먼저 잘못을 수정해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다.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의 사과도 필요하다. 다만 의료계에서 대화와 협상을 시도하려는 노력만큼은 필요하다. 정부 리더십이 바뀔 것이니 내년 초 선출되는 새 의협 지도부도 적절한 대화 상대를 찾아 대화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의료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계속 강경 투쟁 일변도로만 가는 게 맞느냐는 회의론도 의료계에 있다.”

-계엄령 포고문 때문에 의대생·전공의 복귀는 더 멀어졌다고 한다.

“사실이다. 돌아오려 했던 이들이 분명 있었는데, 계엄 이후 복귀를 보류했다. ‘더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사직 처리됐는데 ‘48시간 내 미복귀 시 처단’이라는 말도 안 되는 포고문으로 분노가 확산했다. 반드시 작성자·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 복귀를 막는 동료 집단 내 압력도 여전히 너무 크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의대 증원 기조는 이어지기 어려워졌다고 본다. 의대생·전공의들이 그 점을 주목했으면 좋겠다.”

-의대생·전공의가 지금 복귀해야 하나.

“복귀 결정이 어렵겠지만, 지난 2월 이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다. 현 정부의 증원 기조가 더는 유지될 수 없게 됐고, 그러는 가운데 리더십 공백 사태가 발생해 언제 제대로 된 대화가 다시 이뤄질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하염없이 복귀를 미루면 이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러니 이제 ‘자해 투쟁’을 멈추고, 복귀를 희망하는 이들은 돌아와 사태를 지켜보며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복귀를 위해 의료계는 뭘 해야 하나.

“의료 개혁과 의대 증원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 선배들은 올바른 의료 개혁을 통해 의료 제도와 수련 환경을 잘 만들어놓고, 의대생·전공의들이 개인 선택에 따라 복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 줘야 한다. 정부도, 의료계도 이제는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 의료계도 우리 주장을 하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안을 하고, 개개인이 민주적·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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