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시리아 도시 홈스에서 어린이를 어깨에 태운 시민이 반군의 수도 다마스쿠스 점령 소식에 기뻐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홈스/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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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붕괴를 환영하면서도 다시 적대적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을 경계하며 유동적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미군은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표적에 대한 대대적 공습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바이든은 8일(현지시각) 시리아 상황에 대한 연설에서 “마침내 아사드 정권이 무너졌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반군에 의한 아사드 정권 축출은 “근본적으로 정의로운 행위”라며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시리아인들이 그들의 자랑스러운 나라를 위해 나은 미래를 건설할 역사적 기회가 왔다”고 했다.
바이든은 또 “처음으로 러시아도, 이란도, 헤즈볼라도 혐오스러운 시리아 정권을 지켜줄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자위권을 행사하면서 가한 타격의 직접적 결과”라고 말했다. 미국이 다른 전선에서 러시아와 헤즈볼라 등을 약화시키는 것을 도왔기 때문에 시리아 정권이 무너졌다고 자화자찬을 한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동시에 “지금은 위험과 불확실성의 순간이기도 하다”며 “분명히 말하건대 아사드를 무너뜨린 반군의 일부도 테러리즘과 인권 탄압의 어두운 기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가장 강력한 반군 조직인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세력으로, 알카에다와 제휴했던 과거도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또 “이슬람국가가 진공 상태를 이용해 신뢰도를 회복하고 안전한 거처를 마련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미국이 시리아 상황에 대해 아사드 정권 붕괴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이후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것은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이 재등장하거나 이슬람국가가 다시 발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튀르키예 정부를 통해 시리아 반군 세력들에게 이슬람국가와 함께 행동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우려와는 반대로 반군 세력이 러시아군을 축출한다면 전략적 측면에서 미국에는 큰 이득이 된다. 시리아에는 러시아군 공군기지가 있고, 지중해와 면한 러시아군의 유일한 해군기지도 있다. 러시아 공군은 아사드 정권을 위해 반군에 공습을 가해왔다.
바이든은 아사드 정권 붕괴와는 다른 문제라면서도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 표적에 대한 미군의 공습 사실도 공개했다. 미군 중부군사령부는 폭격기, 전투기, 공격기를 동원해 표적 75곳을 수십 차례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이슬람국가 소탕전을 이유로 시리아에 주둔시킨 미군 900명을 뺄 계획은 없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6주 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미국의 시리아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전날 “미국은 시리아와 상관없다”며 내전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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