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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대통령의 망명지 러시아…'반군 승리'는 우크라 전쟁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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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정부군 지원하며 시리아 내 군사기지 확보…
"우크라전 무기공급 차질 전망, 협상 어려울 것"

머니투데이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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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악명 높은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 붕괴가 러시아 군사능력 약화로 이어져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리아에 러시아의 주요 해군기지가 있기 때문에 이번 일로 무기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폴리티코·라디오뉴질랜드(RNZ)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시리아 반군 사태의 가장 큰 패배자는 그간 정부군을 지원해온 러시아와 이란이라며 특히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지중해 해군기지까지 잃을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후부터 아사드 정권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에 시리아는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국으로, 그동안 아사드 정권 편에서 시리아 내전에 군사 개입해 시리아 정부군의 반군 퇴치에 도움을 줬다. 이에 아사드 정권은 정부군을 도운 대가로 러시아에 시리아 주요 지역 내 군사기지 설립을 허용했고, 러시아는 이를 활용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세력 확대 계획을 추진했다.

네덜란드 공영 방송 RNZ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시리아의 해안 지역인 라타키아주, 타르투스주에 각각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 분석가인 H I 서튼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타르투스 해군기지는 러시아 영토 밖의 군사기지 중 가장 중요한 해군기지로 지중해 상설 기동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해당 기지에는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 전함, 잠수함, 유조선과 같은 필수 보조선을 포함한 여러 중요 군사 자산을 수용하고 있다"며 "아사드 정권 붕괴로 러시아는 이 해군 기지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 등에는 시리아 반군이 타르투스에 있는 아사드 대통령의 동상을 무너뜨리는 영상이 공유되는 등 타르투스도 시리아 반군에 의해 장악된 것으로 보인다. 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 반군의 수도 점령 전 도피해 러시아에 망명을 신청한 상태다.

8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에 올라온 동영상으로 시리아 반군이 러시아 해군기지가 있는 시리아 타루트스주 시내에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동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영상=X

서튼 분석가는 "시리아 내 러시아 군사기지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러시아군의) 수송 항공기는 시리아 기지를 이용해 연료를 공급받았다"며 "만약 (시리아) 기지를 잃게 된다면 러시아는 리비아, 수단, 적도기니 같은 국가에 대체 경로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해군 기지를 건설해야 하는데 이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도 서방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타르투스 시설은 러시아의 유일한 지중해 수리 및 보급 허브로, 러시아 군사 업체들이 아프리카를 오가는 경유지로도 이용한 곳"이라며 "타르투스를 잃는 것은 중동, 아프리카, 지중해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타르투스 해군기지 유지를 위해 시리아 반군이 구성할 새 정부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중동 분석가인 안톤 마르다소프는 NYT에 "지난 2015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시리아 반군에 대한 압도적인 공습에 나섰을 당시 해당 기지를 활용했다는 것을 고려하며 시리아 새 정부와 러시아 간 '타르투스 해군기지 유지' 협상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번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도 있다. 마르다소프 분석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대학살 현장이 된 사이 시리아는 러시아 군인들에게 '휴양지'로 변했다. 러시아군은 실적이 저조한 군인을 시리아로 보내는 등 시리아 내 군사 영향력을 축소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가 시리아 반군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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