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피해 보상은 전쟁 시작한 나라가, 핵무기는 즉각 폐기"
"日서 원폭 노출 후 고국 간 韓 원폭 생존자, 이해 부족으로 고통받아"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평화상 수상 단체인 '일본 원수폭 피해자단체 협의회(히단쿄)'의 다나카 데루미 대표위원이 연설하고 있다. 2024.12.10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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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지윤 권진영 기자 = 핵무기 철폐를 위해 목소리를 내 온 일본 원수폭 피해자단체 협의회(히단쿄)가 노벨상 시상식 연설에서 원자폭탄 피해는 전쟁을 일으키고 수행한 일본 정부가 보상해야 하며, 핵무기는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히단쿄는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나카 데루미 대표위원은 1956년 8월 히단쿄가 결성된 이후 원자폭탄 생존자들이 반복해 온 두 가지 요구를 설명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원폭 피해는 전쟁을 시작하고 수행한 나라에 의해 보상돼야 한다는 점과 핵무기는 인류와 공존해서는 안 되며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나카 위원은 "지구상에 아직 1만2000개의 핵탄두가 있고 4000개의 핵탄두가 발사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 초강대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 위협을 하고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계속하는 와중 내각 장관이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는 등 '핵의 금기'가 붕괴하는 것에 끝없는 분노와 후회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1945년 8월 자신이 겪은 나가사키 원폭의 참상을 열거했다. 원폭 투하 후 생존자들은 7년 동안 점령군에 의해 침묵을 강요받았으며 일본 정부에게도 버림받았고, 원폭 투하 후 10년 이상 외로움과 질병, 고난, 편견, 차별을 견뎌야 했다고 호소했다.
다나카 위원은 1994년 12월 제정된 '원폭 생존자 지원법'을 언급하며 일본 정부가 보상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법은 국적을 불문하고 해외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원자폭탄에 노출되어 고국으로 돌아온 한국의 원폭 생존자들과 전쟁 후 미국, 브라질, 멕시코, 캐나다 등지로 이주한 많은 원폭 생존자들은 원폭 생존자 특유의 질병에 시달리며 원폭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고통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각국에서 결성된 원폭 피해자 협회와 때로는 법정에서, 때로는 공동 행동을 통해 연대하게 되었으며, 일본에서와 거의 같은 종류의 지원을 제공하게 됐다"며 성과를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다나카 위원은 국제 사회에 각국의 원폭 생존자들이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민감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증언하는 토론회를 개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핵무기는 인류와 공존할 수 없고 공존해서도 안 된다는 신념이 핵보유국과 그 동맹국의 국민들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자국 정부의 핵 정책을 바꾸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며 소망을 전했다.
한편 일본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1974년, 비핵 3원칙을 선언한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이래 50년 만의 일이다. 이날 시상식 참석자인 피폭자 및 지원자 등 30여 명 중에는 한국 내 피폭자들도 포함됐다.
히단쿄는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로부터 11년 후에 결성됐다. 미국의 수소폭탄 실험 피폭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인류는 우리의 희생과 고난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결성 선언 이후 68년간 피폭자 입장에 서서 핵무기 철폐 운동을 전개해 왔다.
단체는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2021년 발효)이 채택되도록 지원했으며, 약 1370만 명이 참여한 '피폭자 국제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82년에는 야마구치 센지 당시 대표위원이 피폭자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군축 특별총회 연단에 올라 "노 모어 히로시마, 노 모어 나가사키, 노 모어 히바쿠샤(피폭자)"라는 말로 피폭자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2년 뒤에는 '원폭 피해자의 기본 요구'를 책정하고 활동의 축으로 삼았다.
최근에는 피폭자들의 고령화 속에서도 온라인을 활용한 피해자 증언 기록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2022년 핵확산방지조약(NPT) 재검토 회의에서 연설하고 '피폭 2세'들의 활동을 장려하는 등 비핵화 운동 계승에 힘쓰고 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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