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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러시아 군, 반군 승리에 시리아서 철수 시작…중동 영향력 약화 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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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함·호위함 및 군 수송기 등 철수 작전 동원…시리아 반군과 협상

"시리아, 러시아의 지리적·전략적 거점…군사 주둔 상실 큰 타격"

뉴스1

8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의 시리아 정부가 붕괴된 뒤 다마스쿠스 우마야드 광장에서 시민이 반군 깃발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2024.12.0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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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사실상 끝이 나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온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 러시아가 갖고 있는 영향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10일(현지시간) 러시아는 군용기와 해군 함정을 이용해 시리아에서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2개의 군기지를 두고 있다. 지중해 연안에 있는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항구 도시 라타키아 인근의 흐메이밈 공군기지이다. 타르투스 기지의 경우, 러시아가 지중해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군기지이다.

러시아는 철수를 위해 화물선인 스파르타 II와 상륙함인 알렉산더 샤발린함을 비롯해 An-124와 Il-76MD 등 군 수송기도 여러 대 배치했으며, 대형상륙함인 이반그렌함과 알렉산더 오스타코프스키함도 지중해로 출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은 "호위함인 애드미럴 고르쉬코프함과 애드미럴 골로프코함도 시리아 철수 작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주요 철수 경로는 러시아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거쳐 울리야노프스크, 츠칼로프스키, 프리볼즈스키 비행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HUR은 설명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시리아 타르투스 항구에서 장비 및 군사 자산을 긴급히 해체하고 있으며 안전한 철수를 위해 수백 명의 러시아 특수부대가 시리아에 도착한 상태다.

러시아는 또 안전한 철수를 위해 시리아 반군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키이우포스트는 전했다.

HUR은 "러시아의 외교관도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단체를 '테러리스트'로 분류하지 않고, 그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중립적이고 우호적인 발언들을 하고 있다"고 말해 러시아가 시리아 반군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를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민간 인공위성업체인 플래닛랩스가 지난 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인용해 타르투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13km 떨어진 해역에서 러시아 지중해 함대 소속 함정 3척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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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의 시리아 정부가 붕괴된 뒤 다마스쿠스 우마야드 광장에서 시민들이 장갑차 위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2024.12.0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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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12월 9일 촬영된 위성 사진에서 호위함인 '애드미럴 고르쉬코프함'과 '애드미랄 그리고로비치함', 잠수함인 '노보로시스크함', 유조선 '뱌즈마' 등이 타르투스 항구에서 약 8km 떨어진 해상에서 대기 상태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리아 내 소규모 기지에선 병력을 철수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타르투스 해군기지나 라타키아 인근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선 철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그동안 시리아의 지리적 영향력을 통해 누려 온 이점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러시아 군사전문가인 파벨 루진은 "러시아가 시리아 기지를 잃게 되면 지중해에서 러시아 해군의 영구적인 주둔지와 아프리카에서의 작전을 위한 중간 기지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러한 기지들에서 최소한의 상징적인 존재감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며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시리아 내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ISW도 러시아에게 시리아는 아프리가 국가들로 군사 자산을 이동시키기 위한 지리적·전략적 거점이라는 점에서 시리아 내 군사 주둔 상실은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SW는 "러시아가 시리아 기지를 상실할 경우 군수 지원, 보급 노력, 아프리카 군단 교대에 심각한 차질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리비이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의 작전과 전력 투사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아사드 정권을 지지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병사를 시리아에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8일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가 주도하는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면서 지난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촉발돼 13년 넘게 이어진 시리아 내전은 사실상 종식됐다. 아사드 대통령은 그의 가족과 함께 러시아로 망명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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