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 대구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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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평소에도 시정을 넘어 국정 현안에까지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온 터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령 발동으로 시작된 작금의 사태는 국가 위기 상황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여전히 충격 속에 힘겹게 일상을 견뎌내고 있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나라의 운명이 그야말로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다. 국민의 뜻을 외면한 채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는 자당 의원들을 일깨워 방향타 역할을 한다면 환영받을 일이지만 국민의 바람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홍 시장의 첫 일성은 국민적 기대와는 너무 어긋났다. 예기치 못했던 계엄령 발동으로 국민들이 충격 속에 밤잠을 설쳤던 그날 밤 격동의 시간을 '충정은 이해하나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안일한 현실 진단이었다. 국회를 찬탈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계엄의 폐해를 군부 독재시대에서 몸소 겪어보지 않았는가? 국민들이 목숨 바쳐 이뤄낸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천박한 역사 인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홍 시장은 계엄을 옹호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한발 물러서기는 했다.
'일부 매체에서 계엄을 옹호했다는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건 문해력도 떨어진 악의적 비방'이라며 쿨(?)하지 않게 뒤끝을 남기면서 말이다.
홍 시장은 이후 탄핵 반대 기조를 유지하며 당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을 저격하는 입장을 폭풍처럼 쏟아냈다. '투표의 자유는 투표 포기의 자유도 당연히 포함된다'. '탄핵은 불가하고 질서 있는 하야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라', '니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 '당 대표도 이 사태 책임을 벗어나지 못할 텐데 그에게 사태 수습을 맡기는 건 정치를 희화화하는 코미디이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용인술이다. 한동훈, 김용현 같은 사람을 곁에 둔 잘못이다' 등에 이어 '난파선의 쥐들은 언제나 제일 먼저 빠져나간다. 박근혜 탄핵 때도 그랬다. 그런데 그 쥐들 중 생존하는 쥐들은 거의 없을 거다'라며 더욱 격해졌다.
나름의 정국 해법을 내놓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대통령은 조속히 대국민 사과를 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해 책임 총리에게 내정 일체를 맡기고 임기 단축 개헌을 선언하라', '내후년 지방선거 때 대선도 같이 치를 수 있도록 4년 중임제 대통령제로 개헌 추진 하십시오' 라고 말이다.
박근혜 정부 몰락을 뼈저리게 체험했던 그이기에 당에서는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홍 시장은 "2017년 5월 탄핵 대선은 참담했다. 한국 보수진영은 궤멸되었고 지지율 4%로 출발한 우리는 보수 언론으로부터도 선거 막바지까지도 외면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척박한 정치 현실에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 치욕을 감내했던 그의 정치 이력을 감안하면 전혀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더 멀리 보고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윤석열의 비상계엄령 발동은 헌법 위반이자 내란 행위'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찰조차도 윤석열을 '내란 수괴'라고 적시하지 않았는가?
홍 시장이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먼지 털이식 수사를 지적하면서 인용했던 영화 대사를 상기해본다.
'마이 묵었다 아이가'
"국민들의 비난과 질타 '마이 묵었다 아이가'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 거부한다면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표결에 당당히 나서 찬성표를 던져 역사의 소임을 다해달라"고 외쳐보면 어떨까?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린 뒤 여야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홍 시장이다. 홍 시장이 그간 정치권에서 쌓아왔던 최대 자산 중 하나인 '뚝심'과 '배짱'을 이 난국에 신음하는 국민들을 위해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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