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르쾽 뉴욕대 교수가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김규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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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분야 세계 4대 석학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얀 르쾽 뉴욕대 교수는 'AI 긍정론자'로 유명하다. 2018년 함께 튜링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가 신중론자인 것과 뚜렷한 차이점이다. 르쾽 교수는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4 K사이언스&테크놀로지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가능한 모든 정보를 개방하고 이를 통해 AI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나는 정책적 측면에서 전문가는 아니다"면서도 "어떤 AI 시스템도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의 AI 모델은 안전성 평가를 거치도록 했는데, 그는 사전에 위험을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해왔다. 그 대신 르쾽 교수는 오픈소스를 활용해 기업들이 다양한 AI 모델을 스스로 만들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르쾽 교수는 "AI 생태계는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는 모델 위에 구축될 것"이라며 "AI 플랫폼 확산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부터 메타에서 수석 AI 과학자를 맡고 있으며, 플랫폼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평소에 펼쳐왔다.
르쾽 교수는 "컴퓨팅 자원을 AI 플랫폼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분해야 한다"며 "각자의 언어와 문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공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AI 시스템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대규모언어모델(LLM)은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시를 창작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지만, 그는 아직 AI의 실질적 혁명은 오지 않았으며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르쾽 교수는 "열 살 아이도 저녁을 먹으면 알아서 식탁을 치우거나 설거지를 할 수 있지만 이를 대신해주는 로봇은 나오지 못했다"며 "앞으로의 10년은 '로봇의 10년'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축적해 결과물을 내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현실세계를 시각과 청각으로 인지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물리적인 세계를 이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지속적인 기억을 가진 AI 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쾽 교수는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관찰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우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어린아이처럼 고유의 감각으로 세상의 정보를 인식해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AI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아기들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우고 방대한 지식을 축적한다"며 AI 모델이 동영상을 추상적으로 인식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르쾽 교수는 "동영상 일부를 가리고 훈련시켜 빠진 부분에 어떤 동영상이 나올지 예측하도록 하는 훈련은 효과가 없었다"면서 "그 대신 동영상의 추상적 표현을 예측하도록 훈련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꽤나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어와 달리 동영상은 다양한 정보가 중첩돼 있어 그대로 학습하기 어려웠다며 이를 추상화해 인식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르쾽 교수는 이런 훈련을 지속하면 AI도 인간처럼 비정형화된 현실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올해 이를 골자로 한 새로운 모델 '제파(JEPA)'를 제시했다. 그는 "공공·민관·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와 힘을 모아 강력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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