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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데미 무어의 거식증·감금 치료…인생 갈아넣은 칸 수상작 '서브스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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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봉 영화 '서브스턴스'

칸 각본상, 골든글로브 5개 후보

90년대 스타 데미 무어 '인생 연기'

신성 퀄리 '불편한 아름다움' 돋보여

중앙일보

영화 '서브스턴스'에서 데미 무어는 의문의 주사약을 주입해 탄생한 '더 나은 나'와의 생존을 건 대결을 펼친다. 두 신체가 일주일 단위로 번갈아 존재해야 한다는 '균형의 법칙'이 깨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영화는 기괴한 신체 공포를 펼쳐낸다. 사진 찬란,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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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때 어머니의 강요로 매춘을 해야 했던 90년대 톱스타 데미 무어(62). 톱배우 어머니(앤디 맥도웰)에게 사랑받으며 자란 할리우드 신성 마가렛 퀄리(30).

정반대로 살아온 두 배우가 하나의 자아를 연기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데미 무어 최고의 연기"(롤링스톤)란 극찬 속에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서브스턴스’(11일 개봉)에서다.

‘사랑과 영혼’(1990), ‘G.I. 제인’(1997) 등으로 정상에 올랐던 무어는 5년 전 자서전을 통해 불우한 개인사를 고백한 바 있고, 퀄리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 ‘가여운 것들’(2023) 등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주목받고 있다.

여주인공의 복수 액션 ‘리벤지’(2017)로 데뷔해 ‘서브스턴스’의 각본‧연출을 맡은 코랄리 파르자(48) 감독은 두 배우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활용했다. 50세 생일날 방송사 필라테스 쇼에서 해고 당한 퇴물 스타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자존감을 회복하겠다는 강박 속에 수상한 주사약을 맞고 20대 미녀 수(마가렛 퀄리)로 재탄생한다. 그러나 영혼이 없는 수가 본체를 완전히 장악하려 들면서 기괴한 신체 변형 참극이 펼쳐진다.



"여자 나이 쉰이면 끝" 세상 잣대 속 자기혐오



“여자 나이 쉰이면 끝난 것” “저런 코를 달고 있을 바엔 그 자리에 가슴이 달린 게 낫겠다” 등 쇼비즈니스계의 외모 지상주의를 신랄하게 풍자한 대사가 가득하다. 무어는 전라를 불사하며 광기어린 연기를 펼친다.

엘리자베스가 뒤틀린 외모 강박에 시달리며 완벽해지려 할수록 사태가 악화한다. 수가 본체인 그의 등을 찢고 나오는 순간부터, 본체와 일주일 씩 번갈아 살아야 한다는 규칙을 깨고 엘리자베스에게서 생명 엑기스를 뽑아내는 장면까지…. 수가 생기를 더할수록 엘리자베스는 급격히 노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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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 '서브스턴스'는 극 중 엘리자베스가 맞는 주사약의 이름이기도 하다. 화학물질, 존재 등의 중의적 의미가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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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멈추지 못하는 건 노쇠한 자신에 대한 혐오, 세상이 정한 잣대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더 나은 나’가 된 그가 바라는 건 고작 필라테스 쇼의 호스트 자리를 되찾는 것이다.



무어, 전라 노출 "나 자신 깨우는 영화"



파르자 감독은 “마흔이 넘으며 느낀 자존감의 추락” 속에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무어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무어는 출연을 절실히 원한다는 의미로 자서전을 선물했다.

불행한 결혼과 이혼 충격으로 인한 약물 남용, 발작, 거식증, 섭식 장애, 재활원 감금 치료 등 자서전 속 그의 삶은 영화에선 가려진 엘리자베스의 삶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나 자신을 깨우는 일이자, 우리가 스스로에게 가하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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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브스턴스'에서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를 연기한 페미니즘 복수극 '리벤지'로 데뷔한 프랑스 감독 코랄리 파르자가 각본, 연출을 맡았다. 사진 찬란, NEW 실체, 본질,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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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전라 노출을 결심한 것도 “한 사람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특수 분장과 강도 높은 촬영 탓에 대상포진에 걸려 살이 10㎏이나 빠졌다. 무어는 “어떤 것도 공짜가 아니다. 완벽함을 과도하게 좇으면 원래 있던 곳보다 더 나쁜 곳에 다다르게 된다”고 말했다.



퀄리 "촬영 내내 온몸 테이프로 당기고 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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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회 칸영화제가 한창이던 지난 5월 20일 배우 데니스 퀘이드(왼쪽부터), 프랑스 감독 코랄리 파르자, 배우 마가렛 퀄리, 데미 무어가 영화 '서브스턴스' 상영장의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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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퀄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화두다. 개봉 전 미국 현지 기자회견에서 그는 “모델로 활동하다가 연기를 시작했다. 모든 단계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를 연기하는 동안, ‘아름다움의 불편한 기준’을 거듭 떠올렸다. 수는 현실에선 보기 힘든 몸매를 가졌기 때문이다. 촬영 내내 몸 곳곳을 테이프로 붙이고 잡아당기고 조였다. 이 영화가 ‘바디 호러’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그는 설명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쇼걸’ ‘선셋 대로’ 등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여성의 몸을 착취하는 역사를 재현한다”(리틀 화이트 라이즈)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이목이 쏠리는 건, 할리우드에서 보기 힘든 시네마틱 공포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무어와 퀄리의 팽팽한 연기 대결 또한 볼 거리다.



두 배우 '피떡'처럼 엉키는 '청불' 클라이맥스



‘서브스턴스’는 내년 1월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데미 무어)‧여우조연상(마가렛 퀄리)‧감독상‧각본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 먼저 공개된 해외에선 대중보다 평단이 더 환호하는 편이다. 두 배우의 신체가 말 그대로 ‘피떡’처럼 뒤엉키는 후반부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 수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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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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