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심야에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는 150여 분 만에 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공수부대가 본청에 난입하고 경찰이 국회 출입을 봉쇄한 상황에서도 의원들은 담을 넘고 군경에 맞서면서 본회의장으로 돌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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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국면에서 별다른 힘을 보태지 않은 장본인들이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이다. 상당수는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지시에 따라 국회가 아닌 국민의힘 당사에 모였다. 계엄을 저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국회 의결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본회의장에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다. 일부 의원은 “경찰이 국회를 봉쇄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필사적으로 표결에 참여했다. 야당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계엄 상태가 유지되고 있을지 모른다.
그나마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 의원을 중심으로 한 18명이 계엄 해제에 힘을 보탰기에 국민의힘은 ‘계엄 공범’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계엄이 해제되니 친윤계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거론하며 “탄핵을 반대해도 1년 후에 다 찍어주더라”(윤상현 의원)는 궤변을 앞세워 윤 대통령 탄핵을 막아섰다. 탄핵안 표결이 시작되자 추 전 원내대표 지휘 아래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구차한 모습을 보였다.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추 전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중진과 친윤계 의원들은 또다시 친윤인 권성동 의원을 후임자로 밀고 있다. 연일 윤 대통령의 계엄 관련 행적이 폭로되는 와중에 원조 친윤으로 분류되는 그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니, 국민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나.
이에 맞서 4선인 김태호 의원을 미는 친한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여론의 외면을 받는 ‘질서 있는 퇴진론’을 내세우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전혀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당권 싸움에 몰두하는 여당의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난맥을 방조해 왔던 친윤계가 염치도 없이 다시 나서는 것이 과연 당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심각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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