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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기업도 멈췄다] 탄핵정국, 소부장 타격 한층 더 커...대기업도 투자 축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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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부장 경쟁력 강화 방안 시행 멈출 우려

정권 바뀌면 계획 축소·백지화 가능성도

500대 기업 절반이 "내년 투자 계획 수립 못해"

아주경제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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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으로 인해 국회·정부의 지원이 멈추면서 국내 제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기업 집단은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견·중소 업체는 위기를 견딜 기초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도 내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하는 등 탄핵정국 장기화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탄핵정국으로 인해 정부가 지난달 반도체 소부장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의 전면 시행이 연기될 전망이다.

이번 정책의 특징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양대 반도체 기업보다 소부장 업체와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소부장 업체와 팹리스에 내년 중 총 15조원 규모의 정책대출과 펀드를 집행하기로 했다. 또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대한 정부 지원 한도를 현 단지별 500억원에서 추가로 상향하는 등 특별법 제정 없이 현행법상 정부가 할 수 있는 추가 지원 정책이 담겼다.

한 반도체 소부장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투자세액공제와 정책대출·펀드 조성의 필요성에 대해 업체들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탄핵정국으로 인해 정부 운영이 멈추면서 정책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후속 계획안이 나오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정부의 후속 반도체 정책이 내년 하반기까지 밀리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최악에는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인해 정권이 바뀌면서 반도체·소부장 지원 정책이 축소되거나 백지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 SK, LG, HD현대 등 주요 대기업들도 긴급 사장단 회의나 비상대책회의 등을 소집해 탄핵정국이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TF(특별팀)를 꾸리는 등 대응 전략 수립에 분주하다. 기존에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른 대외 리스크 분석·관리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대내 리스크 보고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한국 주요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내년 투자를 예상보다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이 불안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우던 상황이었다. 지난 3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6.6%가 "내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11.4%는 투자계획이 없다고 했고,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32%)도 전보다 투자를 줄이겠다는 곳이 늘리겠다는 곳보다 많았다.

기업들은 통상 연말 정기인사를 끝낸 12월에 다음 해 투자 계획을 확정하는 만큼 재계에선 탄핵정국 장기화로 인해 내년 투자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금융·세제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국회의 지원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산업계 내부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주요 경제단체도 현재는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정도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은 정치권 정책·행보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극도로 조심하는 상황"이라며 "기존에 수립한 주요 경제·기업 지원 정책이 미뤄지지 않고 차질 없이 진행되길 기대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아주경제=강일용 기자 zer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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