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측 “삼청동 안가 호출…
계엄 후엔 청장에 6차례 전화해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K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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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쯤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서울 삼청동 안전가옥으로 불러 ‘계엄 작전 지휘서’를 전달하며 직접 수분간 ‘작전 브리핑’을 했고, 국회 진입 이후엔 조 청장에게 6번 전화해 격앙된 목소리로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군(軍) 주요 지휘관뿐 아니라 경찰 지휘부에도 ‘국회 봉쇄’ ‘정치인 체포’ 같은 명령을 하달한 정황이 나타난 것이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윤 대통령의 내란·직권남용(형법), 반란(군형법)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 압수 수색을 시도했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내란 수괴(우두머리)는 긴급체포가 가능하다”며 “윤 대통령을 체포할 의지가 있다”고 했다. 계엄 사태 수사가 ‘내란 정점’ 윤 대통령을 급박하게 정조준하는 상황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김 청장은 지난 3일 오후 6시 30분쯤 “대통령께서 급히 찾으신다”는 연락을 받고 삼청동 안가로 갔다. 오후 7시쯤 윤 대통령과 조·김 청장이 만났고, 이 자리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체포 대상 정치인 10여 명 명단과 국회·선관위·민주당사·MBC·여론조사 꽃 등 주요 점령 지점을 지목했다. 국방부 형식의 ‘계엄 작전 지휘서’도 전달했다. 이 문건엔 ‘2200(오후 10시, 이후 연기) 계엄령 선포’ 등 시간대별 ‘계엄 상황 시나리오’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5분 이상 일방적으로 작전 세부 사항과 계엄의 정당성을 브리핑했고, 참석자들은 거의 듣고만 있었다.
당초 조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를 언론을 보고 처음 알았고, 계엄 당일 ‘사무실에 대기하라’는 대통령실 연락을 받고 4시간가량 경찰청에 머물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과 달리 윤 대통령을 삼청동 안가에서 만나 ‘계엄 사전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경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수차례 전화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직접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횟수는 최소 6차례로 알려졌다. “국회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을 싸그리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내렸다는 사실이 폭로된 데 이어 경찰에도 유사한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이런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계엄 지휘서’도 찢어버렸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 후 전화로 “죄송하다”는 조 청장에게 “아니야, 수고했어”라고 답했다고 한다.
경찰 수사단은 11일 오전 11시 45분부터 수사관 18명을 투입, 용산 대통령실 내 윤 대통령 집무실·국무회의실·비서실·경호처를 비롯, 합동참모본부까지 5곳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호처가 대통령실 청사 진입을 거부하면서 양측 대치는 8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경찰은 오후 7시 42분쯤 철수했다.
이날 경찰이 법원에서 발부받아 대통령실에 제시한 압수 수색 영장엔 ‘대통령 윤석열’이 내란 등 혐의 피의자로 적시됐다. 수사단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확인하고 출입 기록 등 관련 자료를 입수하려고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상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인 대통령실은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강제 압수 수색이 불가능하다. 대통령 집무 공간에 대한 압수 수색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진행된 전례가 있다. 모두 경내 진입은 불허됐고 청와대 측의 임의 제출 형식이었다. 경찰이 이날 압수 수색을 시도한 합참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일 지하 벙커를 방문했다고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한편 비상 계엄 사태 주요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오후 11시 52분 구속 영장 발부 직전, 동부구치소 화장실에서 러닝셔츠와 내복 하의로 만든 끈으로 자살을 기도했다. 다만 구치소 직원이 즉각 출동해 저지했고 현재 건강엔 문제가 없다고 법무부가 11일 국회에서 밝혔다. 검찰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계엄 당일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밝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를 비롯, 방첩사 간부들을 불러 조사했다. 또 경기 이천 육군 특수전사령부도 압수 수색 했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방부 조사본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합동 수사하기 위한 공조수사본부를 출범시켰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공조본 출범으로 비상계엄 수사는 크게 경찰·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와 검찰·군검찰 등 두 갈래로 진행될 예정이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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