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집회를 앞두고 시민 권순영씨가 만든 ‘키즈버스’ 온라인 포스터. 권순영씨 제공 |
지난 7일 워킹맘 권순영씨(44)는 늦둥이 딸 지우를 안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갔다. 들끓는 분노를 가슴에 품고 거리에 나왔지만,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 생후 16개월 지우가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됐다. 기저귀를 갈고 마음 편하게 밥 먹일 공간도 없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고 싶지 않다. 국민 무서운 줄 알게 해야 한다.’ 그가 딸의 출생 500일 기념 여행비를 털어 시위 참여자용 ‘키즈버스’를 전세 내게 된 계기다.
권씨는 지난 1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집회 참여 인원이 너무 많아서 유아차를 끌 수도, 아이 기저귀를 갈 수도 없어서 빨리 돌아온 게 너무 아쉬웠다”며 “현장에 아이들이 잠깐이라도 쉬고 재정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우를 위한 여행 적금을 깨서 45인승 대형버스를 빌렸다. 버스를 탄핵소추안 표결이 열리는 14일 국회 앞 시위 현장 인근에 주차해 놓고, 아이와 보호자들이 몸을 녹일 베이스캠프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짰다. 그가 이런 내용을 담아 온라인 포스터를 만들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열자 수많은 엄마·아빠들이 화답했다. “우리가 지우 여행비를 대신 내주겠다” “취지가 너무 좋아서 함께 하고 싶다”는 성원이 줄을 이었다.
권씨는 “참여 인원이 생각보다 많을 것 같고, 돈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버스 한 대를 추가로 더 빌리려고 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을, 우리 손으로 지켜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한 시민이 제작한 ‘2024 촛불 집회 선결제·나눔 페이지’. 다른 시민들이 국회 인근에 선결제한 내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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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분노가 커지는 만큼 14일 국회 앞 집회를 향한 응원과 지지의 손길도 두터워지고 있다.
지난 10일엔 국회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에 한 남성이 500만원을 선결제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큰 화제가 됐다. 이런 ‘선결제’ 문화는 지난 7일부터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집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커피 100잔, 김밥 100줄, 핫팩과 에너지바 세트 50개 등을 식당과 카페에 미리 결제해놓고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선결제와 나눔 목록이 수십개에 달하자 온라인에는 이 리스트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사이트도 등장했다. 또 X(옛 트위터)에는 한 시민이 14일 시위에서 푸드트럭을 빌려 닭강정·떡볶이·어묵 등 음식 1000인분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람이 너무 몰려 휴대전화 데이터가 터지지 않을 때, 무료 와이파이가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블루투스 메신저 앱 ‘브릿지파이(bridgefy)’도 인기를 끌고 있다. 블루투스를 이용해 100m 이내 다른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2019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 때도 활발히 쓰였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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