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삼일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인권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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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자의로 입원을 신청하기 어려운 의사·판단 능력을 갖춘 장애아동을 동의입원시킨 아동공동생활가정(생활가정) 장에게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행위가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조처다.
인권위는 12일 “대법원이 미성년 중증장애인의 동의입원에 대해 인권위와 유사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인권위 권고를 거부해온 생활가정의 장에 대한 특별인권교육을 지난 2일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 10월31일 나온 대법원 판결은 인권위가 2년 전 권고한 사건과 관련해 피조사기관인 생활가정의 장이 권고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결과다.
이 사건은 2022년 5월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생활가정에 거주하는 장애아동 ㄱ(2012년생, 남, 중증자폐성장애)군이 시설장에 의해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후 방치되고 있다는 내용의 제삼자 진정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장차소위, 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이후 조사 과정에서 피해아동 ㄴ(2015년생, 남, 중증지적장애)에 대한 추가 피해사실도 발견했고 같은 해 6월 해당 생활가정과 정신병원에 대해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생활가정의 장은 당시 나이 만 7살에 불과한 피해아동 ㄴ을 본인이 원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여 6개월간 퇴원시키지 않고, 그 외 입소 아동들에게 “말 안 들으면 다른 시설로 보낼 거야”, “계속 그렇게 하면 너희들도 병원에 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했다.
또한 정신병원장은 장애아동 ㄱ과 ㄴ 외에도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15명의 환자를 자의·동의입원 처리하고, ㄱ·ㄴ 등에게 항정신성의약품을 성인 최대용량으로 처방하거나 18살 이하 소아 및 청소년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아 처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알려진 약을 복용토록 했다.
인권위는 생활가정의 장과 정신병원장의 행위가 정신건강복지법 위반 및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각각 인권위 주관 특별인권교육 수강과 재발방지대책을 권고했다. 하지만 생활가정의 장만 불수용 의사를 회신한 뒤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생활가정의 장은 “강한 신념으로 봉사를 해왔는데 이런 일을 당해 너무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인 생활가정의 장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장애아동 ㄱ과 ㄴ이 자의로 입원을 신청하기 어려운 의사·판단능력을 가졌음에도 원고가 입원을 설득하고 동의 입원 처리한 행위는 ‘정신건강복지법 제42조의 입법 취지 및 절차를 잠탈(교묘히 빠져나감)하는 것으로써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거주 아동들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른 시설 또는 병원으로 보내겠다고 반복적으로 말한 것은 아동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위로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가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행위로, 피고인 원고의 판단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후 고등법원에 이어 지난 10월 대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자의·동의입원은 환자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으로, 입원적합성심사와 입원연장심사를 받지 않는다. 이에 의사·판단 능력이 부족한 정신질환자가 자의·동의입원 처리될 경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장기입원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이유에서 인권위는 아동·중증발달장애인·치매 환자 등 인신구속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자를 자의·동의입원 처리하는 행위는 정신건강복지법 제41조 및 제42조의 입법 취지 및 절차에 반한다고 판단해 시정 권고해 왔다.
인권위는 “앞으로도 의사·판단 능력이 부족한 정신질환자들이 적정 절차와 요건에 따라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할 수 있도록 관련 사건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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