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가자 북부 가자시티의 무너진 건물 속에서 두 소년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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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7일 발발한 가자전쟁 이후 아동 보호자 중 96%가 자녀의 죽음이 임박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참여한 보호자들 55%가 자녀들이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죽고 싶어한다고 답했다.
영국 비정부기구(NGO) ‘전쟁 고아 재단’(War Child)는 11일(현지시각) ‘가자 전쟁이 취약계층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이라는 제목의 총 26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해 가자 지구 어린이들의 참담한 심리적 상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보호자의 96%가 자녀들이 죽음을 가깝게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보호자의 90%는 자녀가 전쟁 때문에 비관적 태도를 보인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조사에 참여한 어린이 92%가 참혹한 전쟁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79%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73%의 아이들이 공격적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60%의 어린이들이 전쟁 중에 실제로 상처(외상)를 입었다고 답했다.
특히 공격성을 보이는 어린이 중 소년의 비중이 높았다. 소년 92%, 소녀는 54%였다. 68%의 어린이들이 일상 생활을 할 때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졌다고 답했다. 보호자의 70%는 자녀가 비정상적, 과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그 원인으로 불안과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전쟁이 이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포기하게 하고 있었다. 응답한 보호자의 약 절반(49%)는 자녀가 이 전쟁 와중에 죽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보호자들 다수가 조사 과정에서 “우리 모두 죽을까요?”라고 질문했다고 덧붙였다.
11일(현지시각) 가자시티의 난민 보호소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이 빨래줄 근처에 앉아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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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는 올해 6월 다쳤거나 장애가 있거나 또는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성인이 없는 어린이가 있는 504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가족 구성 현황 등은 보호자가 작성했지만, 어린이 복지와 관련한 질문은 어린이가 직접 작성했다. 가자지구 북부 지역 참여자가 50%(252가구), 남부 참여자가 50%(252가구)이다. 504가구 기준 어린이 참여자 성별은 소년 58%, 소녀 42%였다. 45%의 어린이가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고 답했다. 북부 지역에서 내몰린 가자 주민들은 남부로 쫓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 작성은 가자지구에 있는 지역 위기 관리 훈련 센터가 네덜란드 구호 연합과 전쟁 아동 재단의 지원을 받아 전략적혁신컨설팅회사(SICC)이 피해 아동들과 어린이의 보호자들에 대한 심층 토론과 인터뷰를 거쳐 이뤄졌다. 이외에도 전쟁이 아동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다른 보고서와 연구를 확인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가자전쟁이 발발한 뒤 가자 인구의 90%인 190만명 가량이 가자 지구 내에서 반복적으로 이주를 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이 아동이었다. 1년이 넘는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가자 지구에는 깨끗하고 안전한 의식주 등 필수품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정신 건강과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가자지구에서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는 약 1만7천명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숫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쟁 고아 재단 영국 지부 최고 경영자인 헬렌 패틴슨은 가디언에 “가자 지구가 세계에서 가장 끔찍한 어린이 거주지 중 하나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아이들의 학력 수준. 45%가 교육을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보고서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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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보건부는 9일 기준 가자 전쟁 이후 가자 주민 4만4758명이 사망했고 10만613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사망자의 44%가 어린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이스라엘은 11일 가자 북부 카말 아드완 병원 주변 베이트 라히야의 주거공간을 폭격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2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인질 휴전 협상 타결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폭격은 이어가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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