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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나 아직 안 죽었어”…망가진 화성 무인헬기에 이런 쓰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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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 손상으로 활동 정지 ‘인제뉴어티’

로터 외 내부 전자기기는 정상 작동

날씨 정보 담는 ‘기상 관측소’ 역할 기대

향후 대형 무인헬기 비행에 도움 전망

경향신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 중인 대형 화성 무인헬기 ‘마스 초퍼’가 비행하는 상상도. NASA는 지난 1월18일 작동이 정지된 소형 무인헬기 ‘인제뉴어티’를 화성 현지 기상 관측소로 활용해 마스 초퍼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NASA 제공


올해 초 동체 일부가 파손되면서 화성 땅 위에 사실상 방치된 무인헬기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부에서 아직 돌아가는 전자장치를 이용해 미래 화성 하늘에 띄울 대형 비행기를 위한 ‘현지 기상 관측소’ 역할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성 탐사를 위한 과학계의 노력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제트추진연구소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4 미국지구물리학회 연례회의’에서 올해 초 활동을 멈춘 화성 파견 무인헬기 ‘인제뉴어티’의 쓰임새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경향신문

지난 1월18일 72번째 비행을 끝으로 활동이 정지된 화성 무인헬기 ‘인제뉴어티’. 착륙 도중 지면과 로터가 부딪치면서 비행이 불가능해졌다.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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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가 개발한 인제뉴어티는 1.2m짜리 로터 2개를 장착한 소형 무인헬기다. 2021년 4월 화성에서 첫 비행을 했다. 인제뉴어티는 지구 밖 천체의 대기권에서 처음 날아다닌 동력 비행체다. 이전까지 다른 비행체는 달랐다. 로켓으로 지면 가까이 접근하다가 낙하산을 펼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대기 내부를 휘젓고 다니는 ‘비행’을 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3년 가까이 정상 작동하던 인제뉴어티는 지난 1월18일 돌연 작동 정지에 빠졌다. 72번째 비행 도중 착륙을 시도하다 로터, 즉 동체 상단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날개가 지면과 접촉했다. 이때 로터가 부러졌다. 그 뒤 인제뉴어티는 꼼짝하지 못하고 화성 지표면에 누워있는 상태가 됐다. NASA 조사 결과, 추가 비행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았다.

그러다 이날 연례회의에서 인제뉴어티를 화성 현지 기상 관측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NASA에서 나온 것이다. 인제뉴어티는 로터가 부러졌을 뿐 동체 안에 탑재된 나머지 기기들은 비교적 멀쩡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인제뉴어티는 동력도 태양광에서 얻기 때문에 빛에 계속 노출만 된다면 향후 수년 이상 전자장비를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ASA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인제뉴어티는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 날씨 등 비행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화성 위를 달리는 무인 탐사차량 ‘퍼서비어런스’에 전송하고 있다”며 “날씨 정보는 미래 화성에서 전개할 공중 탐사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대기 밀도가 지구의 1%에 불과하고 모래 폭풍이 시시때때로 부는 화성 날씨에 꼭 맞는 새 항공기를 개발하는 데 망가진 인제뉴어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NASA가 구상 중인 새로운 화성 무인헬기의 이름은 ‘마스 초퍼’다. 마스 초퍼는 로터가 6개로, 인제뉴어티(2개)보다 많다. 동체가 크다는 뜻이다.

중량은 약 36㎏, 하루 최대 비행거리는 3㎞다. 인제뉴어티와 비교하면 중량(1.8㎏)은 약 20배, 하루 최대 비행거리(704m)는 약 4.2배다. NASA는 “인제뉴어티가 미래 화성 비행체의 모습을 가늠할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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