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전 권한 임의 위임...법 상충 여지"
한덕수 "한동훈 발표 때까지 내용 몰라"
尹 "탄핵·수사 맞설 것"...자진 사퇴 거부
비상계엄 여파에 따라 당정이 발표한 '한(덕수)-한(동훈) 체제'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 의견이 나왔다. 한한 체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전제로 발동됐지만, 윤 대통령은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배정한·임영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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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당정이 발동한 '한-한 체제'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 의견이 나왔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내고 탄핵과 수사에 당당히 맞서겠다며 '자진 사퇴 거부'를 분명히 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다.
12일 대법원은 대통령이 탄핵 전 헌법상 권한을 국무총리 등에 임의로 위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견해를 내놨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 명목상으로만 행사되거나, 국무총리 등에게 전적으로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형태로 행사되는 경우 헌법 상충 여지가 있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공동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방식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퇴진 전까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무총리와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견해를 고려하면 이같은 한-한 체제에는 위헌성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한-한 체제는 발표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반헌법적 계엄에 책임져야 할 여당과 정부가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을 이어받겠다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었다. 비판이 거세지자 총리실은 "국정 정상 운영을 위한 당정 협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해명했고, 국민의힘은 "당정 협의가 필요한 시국에 총리와 더 협의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한-한 체제는 위헌성에 더해 그 명분까지 퇴색한 모양새다. 한 총리는 공동 대국민 담화 당시 한 대표가 발표할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게다가 한 총리는 대법원의 위헌 의견이 제기됐던 한 대표의 '대통령 권한 인수' 내용도 발표 순간에야 처음 들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긴급 현안질문에서 '공동 방안을 한 대표가 준비했느냐, 한 총리가 준비했느냐'는 질의에 "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총리는 사실 관계를 묻는 거듭된 질의에도 "못 봤다"고 답했다.
특히 '한 대표가 대통령 권한을 인수한다는 문안을 언제 봤느냐, 한 대표가 그 문장을 읽는 순간까지 못 봤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못 봤다"고 재확인했다. 결국 정부로서는 당의 들러리가 된 꼴이자, 당정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던 '당정 협의'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한-한 체제는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명분으로 구축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면서 당위성까지 상실한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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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며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고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논리와 동일하다. 현재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의 피의자로 전환됐음에도 이같은 주장을 되풀이한다는 것은 수사당국과 야당과의 정면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여전히 자신에게 국정을 통치할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그의 출당·제명을 위한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스스로를 '살아 있는 권력'으로 주장한 상황에서 당의 징계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한-한 체제의 또 다른 축인 한 총리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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