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2 (목)

보험 견적냈더니 스팸 폭탄, 이유 있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위, 12개 손보사에 과징금 92억 부과
팝업창 띄워 꼼수 수집…"내부통제도 작동안해"


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교묘한 방식으로 수집한 뒤 전화·문자를 통해 자동차 보험 마케팅에만 3000만건을 활용한 손해보험사들이 90억원 규모 과징금 처분을 받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판매 손해보험사 12개사(현대해상화재보험·악사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엠지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삼성화재해상보험·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해상보험·한화손해보험·흥국화재해상보험·캐롯손해보험)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제재하기로 의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조사 결과, 적법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한 현대해상, 악사손보, 하나손보, 엠지손보 등 4개 보험사에 대해 과징금 92억77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보호책임자(CPO)의 내부통제 역할도 강화하도록 시정명령했다. 적법하지 않은 방식은 마케팅 부서가 기획했는데, 그 과정에서 CPO의 검토 등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현대해상, 악사손보, 하나손보, 엠지손보 등 4개 보험사는 상품소개를 위한 동의에 명백히 미동의 의사를 표시한 이용자에게 동의 변경을 유도하는 팝업창(재유도창)을 운영했다. 개인정보위는 "이러한 팝업창으로 개인정보 수집·이용과 제공에 동의를 받으면서도, 재유도 창에는 개인정보 처리 표현이나 동의에 필요한 법정 고지사항이 없어, 이용자는 마케팅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보험사들은 경쟁사의 '꼼수'를 학습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실제로 현대해상이 종전의 재유도 창에서 '확인'과 '취소' 버튼의 효과를 변경해 정보주체가 오인하도록 유도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는 경우 동의 내역이 변경된 것을 알 수 없도록 했는데, 이를 다른 사업자들이 벤치마킹했다고 개인정보위는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이런 수법을 구사하며 부당 이익을 취한 것으로 파악된다. 4개 보험사가 재유도 창을 운영한 기간에 이용자의 마케팅 동의율은 최대 30%포인트 급증했다. 이들은 자동차보험뿐 아니라 운전자보험, 건강보험, 치아보험 등 해당 보험사에서 운영하는 다른 보험 마케팅에도 활용했다.

보험 소비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 상대의 불편도 대규모로 초래했다. 자동차보험에만 국한해도 이들은 문자, 전화 등에 걸쳐 3000만건의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이와 관련한 스팸 신고 규모도 적지 않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30일까지 접수된 스팸 신고는 현대해상 1만3645건, 악사손보 548건, 하나손보 822건으로 집계됐다.

개인정보위는 "통상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계산 과정에서 상품소개 동의 시 1건당 5000원∼1만원 상당의 상품권·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한다"며 "재유도 창을 이용한 적법하지 않은 동의 절차를 통해 해당 기업들은 상당한 마케팅 비용 절감 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12개 보험사는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료 계산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등을 수집하는데, 이런 개인정보를 1년간 보유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용자가 계산을 중단해도 개인정보는 수집됐다. 이와 관련 보험사들은 올해부터 자진 개선하기로 했다. 다만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동의 유효기간인 1년이 만료됐는데도 32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아 과태료 540만원이 부과됐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개인정보 처리 관련 적법한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정보주체에게 명확히 알리고 자유로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의 개인정보 처리라 하더라도 명백히 신용정보법상의 개인신용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개인정보 분야의 기본법인 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