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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숨이 턱턱 막힌다…하루하루가 고문" 故김수미 생전 일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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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故 김수미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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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배우 김수미가 생전 41년간 쓴 일기가 공개됐다.

12일 김수미의 일상이 담긴 일기를 한 데 엮은 신간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가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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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수미가 생전에 남긴 일기를 모은 책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사진 유가족 제공


30대였던 1983년부터 2024년까지 써 내려간 김수미의 일기는 80, 90년대를 거쳐 요즘 시대상까지 두루 반영하며 한 여자의 '억척스러운' 일생과 고민, 고뇌를 담아냈다.

김수미는 일기를 통해 "이 책이 출간된 후 제 가족들에게 들이닥칠 파장이 두렵다. 그런데 왜 까발리냐고? 죽는 마당에 내 남편, 내 자식이 부끄럽겠지만 어찌 보면 지금 제 나이 되면 이해할 거다. 까짓 것 이해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또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제가 지금 이 나이에, 이 위치에 있기까지 제 삶의 철학을 알려주고 싶어서"라며 책 출간 이유를 설명했다.

일기에는 생전 불거진 법적 분쟁 과정에서 김수미가 느꼈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겼다. 김수미는 별세 직전까지 아들 정명호씨와 함께 지분을 보유한 식품회사로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피소돼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쓴 일기를 통해 김수미는 "하루하루가 고문"이라며 "기사가 터져서 어떤 파장이 올지 밥맛도, 잠도 수면제 없이 못 잔다"고 털어놨다.

기사 보도 당일인 2024년 1월 22일자 일기에는 "오늘 기사가 터졌다. 오히려 담담하다. 반박 기사를 냈다. 나쁜 놈. 나더러 횡령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라고 적었다.

나흘 뒤 일기에서 김수미는 "연예인이라 제대로 싸울 수 없다. 합의하는 게 최선이다. 안 되면 법으로 가야 하고. 주님, 도와주세요. 딸한테 1억이 다시 들어오게 돼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김수미는 일기에서 "주님, 저는 죄 안 지었습니다. 저 아시죠? 횡령 아닙니다. 아시죠? 재판장님, 이 글을 쓰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라며 힘겨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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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수미가 생전에 남긴 일기를 모은 책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사진 유가족 제공



김수미는 말년에 공황장애도 앓았는데, 일기에는 당시의 심경이 소상히 기록됐다. 지난 1월 어느 날 일기엔 "정말 밥이 모래알 같고 공황장애의 숨 막힘의 고통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혔다. 김수미는 또 다른 날 일기에는 "공황장애, 숨이 턱턱 막힌다. 불안, 공포, 정말 생애 최고의 힘든 시기였다"는 글을 남겼다.

가족들은 생전 고인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비춘 홈쇼핑 방송과 관련해 "모두 만류했지만, 회사의 압박 탓에 출연한 것이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딸 정씨는 "스트레스와 공황장애로 정신적으로 힘드셔서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태였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해도 에너지 소모가 큰 게 홈쇼핑인데 압박 속에서 하시려니 힘들어했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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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수미가 생전에 남긴 일기를 모은 책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사진 도서출판 용감한 까치




김수미는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최근까지 50년 넘게 쉼 없이 활동해 온 대한민국 대표 배우다. 22년 2개월 동안 연기했던 '전원일기'의 일용 엄마 역을 계기로 국민 엄마, 욕쟁이, 할머니 등으로 불리며 대중들에게 사랑 받았다.

한편 고인의 명복을 비는 49재가 이날 오후 2시 경기 용인에서 열렸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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