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에서 시사라디오 프로그램 ‘전격시사’를 진행하는 고성국씨.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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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공직자와 주요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등이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감싸거나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한국방송(KBS), 와이티엔(YTN) 라디오 진행자로,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내란 옹호 주장을 폈던 고성국씨와 배승희 변호사는 논란이 커지자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국회 탄핵 소추로 직무 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신에 관한 가장 통탄할 사실은 그것이 결코 적들로부터 나오지 않고 당신이 가장 믿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 글은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직후 아침 10시22분께 게재됐다. 한 대표의 탄핵 찬성 발표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직무 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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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위원장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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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위원장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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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전날에도 “‘언창(presstitute: press+prostitute)’이라는 말은 특정 당파주의나 상업주의, 금전적 이익에 부합하도록 치우친 견해나 미리 정해진 의견으로 오도하면서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하는 근본적 의무를 저버리는 언론인이나 논평가들을 말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비하적 표현인 ‘창녀’의 비유를 가져와 언론을 비난한 것이다. 앞서 보수 유튜버 김순활씨가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본인 페이스북에 “비상계엄과 내란죄에 대한 법적 검토도 없이 날뛰는 기자들과 언론사는 규탄받아 마땅하다”라고 쓴 점에 비춰보면, 이 위원장 역시 윤 대통령을 ‘내란죄 피의자’로 보도하는 언론에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진숙 위원장은 그간 여러차례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정치적 편향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7월 방통위원장 국회 인사청문회 때는 페이스북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 혐오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을 지적받고는 “앞으로 손가락 운동에 조금 더 신경 쓰겠다”고 조롱성 답변을 했다가 사과했다. 야당 주도로 탄핵 소추된 뒤에는 우파 매체 펜앤드마이크, 배승희 변호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짜 좌파들하고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 발언을 했다. 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한국방송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전격시사’ 진행자인 고성국씨도 연일 문제적 주장을 펼치며 논란을 키웠다. 고씨는 11일 밤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많은 자유우파 국민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며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그런(비상계엄 선포) 조치를 취하게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씨는 지난 9일 방송에서도 “종북주사파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란 수괴라는 누명을 덮어씌워 자유우파를 완전히 궤멸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11일 성명을 내어 고씨의 발언을 “사실을 호도하고 내란에 동조하는 반헌법적 발언”이라고 평하며 “더는 고성국의 라디오 진행을 용납할 수 없다. 이대로 고성국에게 라디오 진행을 맡기면 케이비에스도 내란에 동조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격시사’ 청취자 게시판에도 고씨를 교체하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국방송은 12일 “‘전격시사’ 진행자인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는 13일까지 진행하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것으로 확정했다”고 공지했다.
와이티엔 라디오의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를 진행하는 배승희 변호사. 와이티엔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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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티엔에 김백 사장이 취임한 이후 지난 4월부터 라디오에서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를 진행해온 배 변호사 역시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상황에서) 헌법 수호 의지를 보였다”는 등 발언으로 내란 옹호 논란을 불렀다. 언론노조 와이티엔지부는 “‘내란 수괴’에 대한 지지 선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언론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며, 와이티엔 명예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와이티엔 역시 11일 “배승희 변호사가 하차 의사를 밝혔다. 13일까지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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