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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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생각하게 된 배경과 절차, 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 등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JTBC 팩트체크팀은 12.3 계엄 이후 드러난 사실과 다양한 근거를 통해 윤 대통령의 주장을 검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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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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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입니다.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 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법부의 판례와 헌법학계의 다수 의견임을 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12 담화를 통해 12.3 비상계엄이 고도의 통치행위, 또는 정치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 아니라 통치행위를 한 것일 뿐이란 겁니다.
따라서 사법심사의 대상, 즉 수사를 받거나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 의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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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법원 판례 보면은 비상 계엄은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2010년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해서는 대통령 권한을 존중하면서 사법 심사를 자제하는 선에서 위헌성을 심판해라 이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알고 계십니까?" (11일, 국회 본회의 내란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서)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였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께서는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하신 거고 비상계엄이라는 건 고도의 통치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계엄은) 사법적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게 정통적인 학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간부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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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의 계엄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계엄 선포권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서도 제한적 조치가 가능한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비상사태의 권한입니다.(법제처 발간 헌법주석서)
법학계에선 이를 고도의 통치행위, 또는 정치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법심사가 되는지에 대한 학설이 갈리고, 학계의 주장도 나뉩니다.
사법부의 판단은 어떨까요.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안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윤상현 의원이 언급한 3건의 판례를 찾아 확인해봤습니다.
① 12.12 내란 사건 (96도3376 전원합의체 선고)
1996년 12.12 및 5.18 내란 사건 항소심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피고인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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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과 노태우의 부하들은 "비상계엄의 선포와 전국 확대가 통치행위"라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아 무죄"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우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확대 행위에 대해 "고도의 정치적 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로 정의하고,
"헌법이나 법률에 명백하게 위반되지 않는다면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목까지만 보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게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실질적 판단은 뒤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통치행위라도)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반란군의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에 대한 내란죄 적용을 인정했습니다.
②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 (대법원 2003도7878 소부 선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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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법원은 고도의 통치 또는 정치행위에 대한 사법심사 가능성을 더 구체적으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국가 행위 중에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것이 있고, 그러한 고도의 정치 행위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법원이 정치의 합목적성이나 정당성을 도외시한 채 합법성의 심사를 감행함으로써 정책 결정이 좌우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며 사법이 정치의 영역으로 깊숙이 개입하는 모습을 경계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이 정치문제에 개입되어 그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당할 위험성도 부인할 수 없으므로,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에 대하여는 이른바 통치행위라 하여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하여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다"고도 설명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사법 심사의 자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해야 할 법원의 책무를 태만히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 인정을 지극히 신중하게 하여야 하며, 그 판단은 오로지 사법부만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사법심사를 하지 않는다면 법원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고, 통치행위에 대해선 오로지 사법부가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겁니다.
③ 박정희 유신헌법에 따른 긴급조치 위반 재심 사건 (대법원 2010도5986 전원합의체 선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모습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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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4년 대북송금 의혹 사건 판결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대법원은 "평상시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행사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해 행사되는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법치주의 원칙상 통치행위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그에 위배되선 안된다"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특히 1977년 긴급조치는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유신헌법에 맞춰 내린 대법원 판례를 모두 폐기했습니다.
위의 대법원 판결들을 종합하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통치행위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 이채리 박지은〉
오이석 기자,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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