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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尹 "계엄, 사법대상 아냐"…지지층 결집·탄핵심판 대비 '이중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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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계엄 후폭풍 ◆

매일경제

尹 담화 주시하는 시민들 1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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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진 사퇴를 거부한 뒤 스스로 업무에 복귀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사전 녹화된 29분짜리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이번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지층 규합은 물론 향후 수사와 헌법재판소 재판까지 고려한 사전적 조치로 해석된다. 그는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소추안 추진을 가리켜 '광란의 칼춤'이자 '조기 대선을 위한 음모'라고 규정했다. 동시에 비상계엄을 놓고는 '대통령의 결단이자 통치 행위'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아예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향후 검찰·경찰 등의 수사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할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당의 '질서 있는 퇴진' 결정을 받아들이는 듯했으나 칩거 5일 만에 완전히 입장을 바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계엄에 대해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라며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 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다"며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계엄은 야당의 폭주를 경고하기 위한 선언적 행위였지, 국회나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야당에 대한 분노도 쏟아냈다. 그는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인가"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지난 2년 반 동안 거대 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며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은 것"이라고 공격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탄핵 후 조기 대선'에 대해서도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보수 지지층을 규합하기 좋은 안보 이슈를 전면에서 강조한 것을 놓고는 탄핵 이후에도 자신을 지지해줄 최소한의 세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난달에는 40대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가정보원을 촬영하다 붙잡혔다"며 "현행 법률로는 외국인의 간첩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북한 편을 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를 흠집 내기만 했다"며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이고, 어느 나라 국회인지 알 수가 없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향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내란죄 형사소송에서 법리 공방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라고 주장했다. 통치 행위는 국가기관이 행하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를 틀린 주장으로 보고 있다. 과거 헌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통한 금융실명제 실시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를 통치 행위로 인정하면서도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것으로 보아 심사했고,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9분간의 대국민 담화 내내 윤 대통령이 반성의 목소리는 없이 비상계엄 합리화에만 주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담화문에서 '사과'라는 표현은 마지막에 한 번 등장했고, 그마저도 "뜨거운 충정만큼은 믿어 달라"는 말로 묻히고 말았다.

한편 법제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법률안 21건과 대통령령(시행령)안 21건을 직접 재가했다.

또 윤 대통령이 최근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표결을 앞둔 시점에서 주요 인사권 행사 등 직무 수행 의지를 보인 만큼 야당의 탄핵 공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우제윤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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