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혀 친윤계 의원들이 반발하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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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탄핵 찬반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며 분열했다. 한동훈 대표는 ‘탄핵 찬성’으로 선회했고 친한동훈(친한)계도 속속 찬성 입장을 공표했다. 친윤석열(친윤)계는 ‘탄핵 반대’ 당론이 유지된다며 탄핵안 통과시 한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집권 여당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습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적인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의 탄핵 찬성 당론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간 주장한 조기 퇴진은) 대통령이 당에 거취를 전적으로 일임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이런 담화가 나올 것이라 예상을 전혀 못했다”며 윤 대통령 제명 및 출당 조치를 위한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소집했다.
친한계 의원들도 잇따라 동조했다. 진종오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 사태가 저와 국민의힘의 가치와 철학을 명백히 훼손한 것임을 분명히 깨닫게 됐다”며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지아 수석대변인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통령의 거취는 본인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고, 국민의 선택에 우리 당도 따라야 한다”며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앞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조경태 의원은 “이제 윤석열씨라고 하겠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로써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은 안철수·김상욱·김예지·조경태·김재섭·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7명으로 늘어났다. 여당에서 1명만 더 이탈하면 탄핵안이 의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친윤계에서는 격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 대표가 이날 원내대표를 뽑는 의원총회(의총) 인사말에서 윤 대통령 담화를 두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하자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고 외쳤다. 대통령실 출신 강명구 의원은 삿대질하며 “뭐를 자백해”라고 소리를 높였고, 이철규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라고 말했다. 친윤계 강승규 의원은 SNS에서 “한 대표는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소속 의원들과 그 어떤 협의도 없이 대통령과 우리 당에 선전포고하듯 과격한 주장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친윤계인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한 대표의 탄핵 찬성 당론 제안에 대해 “지금은 당론이 탄핵 부결”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를 변경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오는 14일 의총에서 당론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의원 108명 중 72명이 탄핵에 반대할 경우 당론은 변경할 수 없다. 1차 탄핵안처럼 투표 불참 방침을 재확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찬성 의견을 밝힌 7명은 당론에 반해 투표에 참여하고 찬성표를 행사하는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간 ‘윤·한 갈등’을 거치며 누적된 불만이 친한계와 친윤계의 정면 충돌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에게 각을 세워온 한 대표에 대한 친윤계의 반발이 탄핵 정국에 극대화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들이 권 원내대표를 신임 원내 사령탑으로 뽑은 것을 두고 “한 대표에 대한 반감표”라고 말했다.
두 번째 탄핵안 표결을 시작으로 여권 갈등은 극심해 질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탄핵 관련 당론을 정하는 14일 의총부터 충돌이 예상된다. 2차 탄핵안 표결 결과를 두고 양측이 서로 책임론을 제기하며 분열할 가능성이 높다. 친윤계 일부는 탄핵안 가결시 한 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도 주장하고 있다.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이 가결되면 다 사퇴는 당연하다”라고 한 대표를 겨냥했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해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진짜 책임감이 있는 일인지 고민하겠다”고만 말했다. 한 대표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인가’를 묻자 기자에게 “우리는 계엄을 막은 정당이다. 계엄 막은 정당이 계엄을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물러날 뜻이 없다고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안을 두고 갈등이 심화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분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오후 10시 긴급 소집된 윤리위도 갈등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 제명 및 출당 여부에 대한 윤리위 결정을 놓고 친한계와 친윤계간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 원내대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 당적 정리를 추진하는 데도 “그런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달하면 대통령이 알아서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윤상현 의원은 SNS에서 “한 대표는 무슨 권한으로 대통령의 출당과 제명을 추진하는 것인가”라고 반발했고, 강 의원도 “한 대표가 기습 제명을 시도한다”며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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