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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집회 르포] '12·12 군사반란'후 45년···"민주주의, 다신 짓밟히지 않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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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4차 담화 이후···시민들 "탄핵에 확신"

조국 징역형에 안타까움도···"우선순위 아냐"

12.12 군사반란 떠올라···"다시는 계엄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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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아이들과 함께 나왔습니다.”

12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용인 시민 송 모(40대·여)씨는 큰마음을 먹고 부모님·아들·조카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처음 ‘총출동’했다. 이달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속 집회에 오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던 송씨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인 것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였다.

송씨는 “오늘 아침 담화 방송을 보면서 분노를 넘어서 너무 슬펐다”면서 “'결국 안 되겠구나, 윤 대통령에게는 희망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는 정상적인 사고가 안되고 눈과 귀를 막았다는 것이 느껴져서 탄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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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윤 대통령이 네 번째 대국민 담화를 열고 대통령직 퇴진 요구를 거부한 날인 동시에,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 주도로 12·12 군사 반란 사태가 벌어진 지 꼭 45년째 되는 날이었다.

송씨는 “비슷한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사실도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피곤함을 무릅쓰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온 것"이라면서 “역사의 현장을 함께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울림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이모(65·남)씨에게도 이날의 집회는 더욱 큰 의미를 가졌다.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씨는 “경기도 성남에 살아서 오기까지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그만큼 탄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12·12 군사반란 당시 광주에 살던 고등학생이었다. 모든 역사적 비극을 직접 겪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더욱 어이가 없고 믿기지 않는다. 당시 계엄군은 인간도 아니었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서 “오늘 담화 내용은 도저히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아직도 본인의 처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고 “박근혜 탄핵 촛불 시위 때도 안 나왔는데, 지금이 더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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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까지 일을 하느라 바쁘던 유 모(50대 후반·여)씨도 이날 처음으로 거리에 나섰다. 유씨는 “대국민 담화 방송을 보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하더라”면서 “'겁만 주려고 했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길래 너무 기가 차서 짬을 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최근 계엄 사태에 경찰 수뇌부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반드시 책임자에 대한 벌을 끝까지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씨는 “12.12 사태 당시에 죄를 지은 군인과 관련자들을 싹 척결했어야 하는데 사면을 했다. 그래서 똑같은 역사가 반복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절대 어떤 면죄부도 주지 않고 관여한 모든 이들을 찾아내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당대표의 징역형만 하더라도 여전히 윤 대통령이 권력을 갖고 있기에 대통령의 입맛에 맞춘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더 큰 죗값을 치러야 할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 손에 보이그룹 NCT의 응원봉을 들고 있던 유씨는 “지난주 토요일에 딸이 들고 갔는데, 오늘은 알바라서 내가 빌려왔다”면서 “14일 토요일엔 내가 일을 나가서···바톤터치로 딸이 들고 갈 예정”이라고 웃으며 응원봉을 흔들어 보였다.

한편 이날 집회는 경찰뿐만 아니라 직접 교통질서 관리에 나선 자원봉사자들, 의료 부스를 설치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한 의료인들도 참여하며 더욱 질서 잡힌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곳곳에서 핫팩과 따뜻한 음료수, 피켓 등을 무료 나눔하기도 했다.

이날 진보 성향 단체들로 구성된 윤석열 퇴진운동본부가 오후 6시부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데 이어 시민단체 촛불행동도 오후 8시부터 탄핵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민주노총 측 추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30분 기준 국회 일대에는 약 6만 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앞으로 매일 같은 장소에서 촛불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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