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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이슈 스마트폰 소식

'계엄의 밤' 국민들은 스마트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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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계엄 코리아' 온라인 기상도]

[편집자주] 12.3 계엄사태가 온라인 세상도 뒤흔들었다. 대한민국의 민심이 흘러드는 창구인 SNS는 시시각각 일촉즉발의 정치 현황을 세상에 알리면서 계엄을 막고 대통령 탄핵 여론 고조에 기여한다.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초연결 시대가 바꿔놓은 '기술 민주주의'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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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튜브 앱 사용시간 추이/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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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전 국민이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도록 했고, 국내외 SNS(소셜미디어)와 포털은 정부의 통제 걱정 없이 여론이 흘러넘치는 통로가 됐다. 세계적으로도 선진적인 통신 인프라는 이 모든 트래픽을 감당해 냈다. 2024년 겨울의 비상계엄 사태가 45년 전과 다른 양상으로 귀결될 수 있었던 이유는 '초연결' 시대의 단면이라는 평가다.

12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첫주(2~8일) 유튜브 모바일 앱(안드로이드+iOS 기준) 시청시간은 4억6668만시간으로 전주 대비 4.3%(1983만시간) 늘었다. 주간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은 706.58분으로, 모바일인덱스가 해당 데이터를 제공해 온 2021년 3월 이후 가장 길었다.

일반 시청자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라이브'를 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담을 넘는 장면을, 우원식 국회의장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처리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이어지며 유튜브 시청은 주말까지 계속 늘어났다. 1인당 일평균 시청시간은 계엄선포 당일인 3일(125.63분)부터 탄핵안이 폐기된 이후인 8일(149분)까지 18.6% 뛰었다.

정부의 통제력이 약한 해외 SNS는 피난처로 떠올랐다.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비상계엄 선포 당일 텔레그램 DAU(일간활성이용자)는 152만3970명, 총 사용시간은 42만6077시간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에만 4만576명이 텔레그램 앱을 새로 설치했는데, 올해 일평균 신규 설치 건수(약 7000명)의 6배다. 옛 트위터 때부터 '온라인 광장' 역할을 해왔던 X도 떠들썩했다. 3일 X 이용자는 384만3925명으로 지난 3년을 통틀어 역대 최대 수준이다. 신규 설치 건수도 전날 대비 80% 급증한 2만5605명을 기록했다. 비상계엄 관련 글만 80만개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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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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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역시 계엄으로 뜨거웠다. 네이버 뉴스 페이지는 지난 4일 역대 재해·재난 상황 중 가장 많은 접속량을 기록했고, 대통령 탄핵 표결이 있던 7일 네이버 뉴스에는 총 97만231개의 댓글이 달렸다. 직전 주말 토요일(11월30일, 19만4710개)의 약 5배다. 정치 뉴스 댓글이 전체의 79.5%, 사회 뉴스 댓글이 11.0%였다. 구글코리아가 발표한 '검색어로 돌아보는 2024년(올해의 검색어)' 순위에서 '계엄령'은 '올림픽·패럴림픽'에 이어 2위였다. 이는 전년 대비 더 많이 주목받은 검색어를 선정하는데, 계엄 사태 후 불과 1주일 만에 2위까지 급상승했다.

유튜브, SNS, 포털은 물론 각종 메신저와 전화·문자까지, 모든 소통을 뒷받침하는 통신 인프라는 계엄에도 정상 작동했다. 과거 이집트 아랍의 봄, 미얀마 군부 쿠데타 등 해외에서 계엄 세력은 통신망 차단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는데, 국내에선 달랐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전국 통신망을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정문대학원 교수는 "계엄법에 언론·출판·집회에 관해서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지 통신 자체는 포함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전체 통신망을 차단하기는 어렵다"면서 "가능한 건 특정 사이트 접속을 막거나 일부 정치인 등의 통화를 감청, 회선 자체를 차단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30~40%에 달하는 통신3사 지배구조도 장기간 정부 통제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처럼 디지털 서비스가 다변화하면서 군사정권 시절의 계엄령으론 오늘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어렵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나와 있지만, 이제는 주요 언론·출판사를 장악해도 여론을 움직이기 힘들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과거 공급자 중심의 언론환경과 달리, 네트워크 사회에선 다면적이고 분산된 채널을 통해 정보 생산·수용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망을 통제하지 않는 이상 여론 통제는 불가능한데, 모든 일상과 경제활동이 네트워크에 기반한 초연결 사회에선 구현될 수 없는 일"이라며 "표현의 자유 통제·차단이 안 되는 시대에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줬다"고 강조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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