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부모들 SNS에 걱정 토로
"이 상황에 아들 군대 보내야 하나"…"입대 미루고 싶다"
그리웠던 가족의 품 |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계엄 걱정 없는 나라에 아들을 입대시키고 싶습니다."
입대를 한 달 앞둔 아들을 둔 한 누리꾼이 지난 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 제목이다.
이 누리꾼은 잠을 못 이루는 고통을 호소하면서 "이 상황에 아들 군대 보내야 하는 불안감 때문일까요?"라고 썼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되면 제일 힘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당연히 거기에 이용당하는 군인들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부모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아들 키우는 엄마로서 심히 공감합니다", "남 일 같지 않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계엄 걱정 없는 나라에 아들을 입대시키고 싶다는 게시글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2시 현재 네이버 지식인에는 입대 연기 관련 신규 질문이 136건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아들이 16일에 양구로 입대하는데 미룰 수 있다면 늦추고 싶다"고 썼다.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입영 신청·연기 관련 질문 |
네이버 군인 아들 부모 카페 '군화모'에서도 '예비 군가족'들의 고민이 확산하고 있다.
이달 말 논산 훈련소 입영 예정이었던 아들이 지금 상황에서는 못 가겠다며 입대를 취소했다는 게시글도 있었다.
이용자 '파란***'은 "지금 정부에서는 군대도 못 보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들이 공군에 지원했는데 취소할 수 있는지 알아봤더니 안 된다고 한다"고 밝혔다.
같은 카페 가입자 '후니***"도 "아들이 1월 입대 예정인데 손 떨려 죽겠다. 비상계엄이면 군대 미루는 게 낫겠죠?"라고 적었다.
'더캠프'에 올라온 계엄 관련 게시글 |
이미 자식을 훈련소에 보낸 부모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군인에게 위문편지를 쓸 수 있는 '더캠프' 앱에는 계엄령이 해지된 이후 훈련병들의 안부를 묻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용자 '아들사랑***'은 "비상계엄 또 하면 어쩌나요? 군에 있는 아들이 걱정됩니다"라고 밝혔다.
진입 시도하는 계엄군 |
현역 군 장병은 일과 시간이 끝난 오후 6시 이후에야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까닭에 부모들은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을 때 불안감을 호소했다.
더캠프 이용자 'apr***'는 "평소 같으면 핸드폰 문자에 답을 줄 아들이 대답이 없네요. 휴대전화 사용 시간만 기다렸는데 애가 타네요"라고 썼다.
이런 가운데 현역 장병 부모들로 이루어진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는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의 자격으로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명예를 존중하고 투철한 충성심,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임전무퇴의 기상을 견지하며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군인 정신을 군 통수권자가 하룻밤에 파괴해 버린 이 상황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했다.
부모님께 경례 |
현재 입영 일자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질병 또는 심신장애 ▲가족 위독 등 가사정리가 필요한 때 ▲천재지변 기타 재난 ▲행방 알 수 없는 사람 ▲각군 모집시험 응시 ▲국외여행 ▲학교입학시험 ▲자녀출산·양육 ▲학점은행제 학습기관 수강 ▲졸업예정자 등의 사유를 충족하고 관련 서류를 병무청에 내야 한다.
병무청 측은 계엄 사태 이후 입영이나 신체검사 연기가 늘었냐는 질의에 "관련 집계를 하지 않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며 "설령 계엄령 이후에 불안해서 입영 연기를 하더라도 그것이 연기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입영 연기는 규정 내 연기 사유에 따라 절차대로 처리하고 있다"며 "질병·학업 등 특정 사유가 있으면 연기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ku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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