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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기자의 눈] 尹대통령 담화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트럼프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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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좌)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우).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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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대담하고 급진적인 좌파 민주당에 의해 우리의 선거 승리가 뺏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2021년 1월 6일 워싱턴DC 백악관 근처 엘립스 공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연 '2020년 미 대선 결과 인증 반대 집회'의 무대 위에 올랐다. 공화당 상징색인 빨간색의 넥타이를 맨 트럼프는 이곳에서 약 1시간 동안 열성적으로 연설했다.

그의 발언은 '좌파 민주당'을 비판하고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말들로 채워졌다. 트럼프는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포위 공격을 받아왔다"며 "급진 좌파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은 무자비하며 누군가는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했다.

2024년 12월 12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4차 대국민 담화. 윤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고 했다. 거듭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는 "괴물"이라고 칭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 계엄을 결정한 주된 이유로 올해 4월 치러진 '4·10 총선'이 사실상 부정선거가 의심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엉터리"라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최근 언행은 자연스럽게 트럼프를 떠올리게 한다.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칭하는 등 거칠게 비판하는 것에서 나아가 제거 대상으로 규정한다. 자신이 패한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자국을 매우 폭력적이고 약해진 디스토피아적 모습으로 그린다는 점도 닮았다. 이는 무법의 황야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총, 칼만이 답인 영화 '매드맥스'를 연상하게도 한다.

트럼프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 수락 연설에서 "한때 위대했던 도시들을 복원할 것"이라며 워싱턴DC를 "끔찍한 살육의 현장"으로 표현했다. 9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TV 토론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이 개를 잡아먹고 있다고 근거 없이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3일 계엄을 선포하는 특별 담화 당시 "대한민국이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가 됐다"고 표현했다. 12일 담화 때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간첩이 활개 치고 마약이 미래 세대를 망가뜨리고 조폭이 설치는 그런 나라"라고 했다. '극단적 망상'의 표출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혹자는 트럼프가 이러한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집권에 성공하지 않았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견이 같지 않다고 상대를 적으로 몰아붙이고 거짓 주장을 늘어놓으며 국민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 과연 '정치'의 본연일지는 짚어봐야 할 일이다. 수단을 가리지 않은 트럼프식의 정치는 미국의 리더십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전 세계에 귀감이 됐던 미국의 민주주의는 2021년 '1·6 의회 폭동'으로 대참사를 겪었다. 선거 결과 불복 사태를 전 세계는 지켜봤다. 올해 대선에선 트럼프 낙선 시 강성 지지자들이 이를 부정 선거로 간주, 미국에서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섬뜩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2022년 3월 당시 윤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인사가 아주 멀게 느껴지는 나날이다. 당시 윤 당선인은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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