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가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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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경찰에 위치 추적을 해달라며 제시한 명단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현직 판사(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법이 "사실이라면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법치국가에서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신속한 사실 규명과 엄정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부장판사가 소속된 서울중앙지법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정사건의 재판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의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체포) 지시만으로 법치주의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에 "위헌·위법하고 무도한 비상계엄이 사법을 겁박해 무너뜨리려고 시도했다"며 "윤석열은 김동현 판사와 사법부, 그리고 대한민국에 사죄하라"는 글을 올렸다.
송승용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나도 우리도 김동현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사법행정에 관해 국회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는 국회출석권이 있다"며 "조만간 처장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오현석 대전지법 부장판사도 송 부장판사의 글에 댓글을 달고 "이미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 신속한 탄핵소추 의결 및 광범위하고 철저한 수사(윤석열 등 주요 피의자들 구속 포함)가 이뤄지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통상 공개 발언을 꺼리는 현직 법관들이 줄지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헌법상 신분이 보장된 판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체포하려던 정황이 제기된 데 따른 반발로 해석된다. 헌법 106조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으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않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법관의 신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조지호 경찰청장 측 노정환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 당시 조 청장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이 포함된 15명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 중 1명은 (조 청장이) 모르는 사람이 있어서 물었더니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고 들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법원 영장도 없이 현직 판사에 대한 불법 위치 추적을 시도한 것은 사실상의 체포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거·부패 전담 합의부를 이끌고 있는 김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현재 이 대표의 대장동 등 의혹 재판도 맡았다. 김 부장판사는 특정 성향의 연구회 등에 가입한 이력이 없고 '신중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인사로 알려졌다.
다만 조 청장을 조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단은 조 청장이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수단 관계자는 "조 청장은 명단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조 청장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한 조서에도 현직 판사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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