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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일)

"1980년 5월 광주가 2024년 12월 이끌었다"… 尹 탄핵안 연설에 등장한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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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탄핵안 연설서
5·18민주화운동 한강 '소년이 온다' 언급
"불법계엄 사태, 광주의 공포 일깨웠다"
12월 첫째 주 한강 작품 판매량 90% 증가
한국일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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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발언을 인용해 탄핵안 제안 연설을 했다.

박찬대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준비하던 중 1980년 5월 광주에서 희생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보고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뒤집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강이 뒤집은 질문을 언급하며 “저는 이번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겪으며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다. 1980년 5월이 2024년 12월을 구했기 때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했을 때 1980년 광주가 떠올랐다”며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분개하여 국회로 뛰쳐나온 시민들이 없었다면, 경찰 봉쇄를 뚫고 국회 담장을 뛰어넘은 국회의원의 숫자가 모자랐다면, 헬기를 타고 국회로 난입한 계엄군이 표결 전에 국회의원들을 끌어냈다면, 계엄군 지휘관들과 군인들이 부당한 명령을 적극 따랐더라면, 지금 대한민국은 1980년 5월의 광주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80년 5월 광주는 2024년 12월의 우리를 이끌었다”며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큰 빚을 졌다”며 탄핵안 가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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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촛불 집회 시민들 모습.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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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내대표가 말한 한강의 두 개 질문은 지난 7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나왔다. 한강은 강연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의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 한강은 소설을 쓰면서 떠올렸던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두 가지 의문을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읽고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책 제목 ‘소년이 온다’는 ‘오다’라는 동사의 현재형이라고 했다. 한강은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며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고 부연했다.

"계엄 선포가 그날의 광주 공포 일깨워"... 한강 책 판매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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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11일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어판 출판사인 ‘나투르 오크 쿨투르’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스톡홀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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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계엄 사태와 맞물리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주(5~1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시상식 등 노벨 주간이 진행되면서 계엄 사태에 대한 한강의 발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6일 기자간담회), “사랑은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7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10일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등은 한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게 했고, 비상계엄령 선포가 그날의 광주의 공포감을 일깨웠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었는데, 계엄 선포라니… 소설과 현실 구분이 되지 않았다”, “한강이 가르쳐준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양심’, 대통령은 양심이 없다” 등 수천 개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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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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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한강 작품은 더 많이 팔리고 있다. 교보문고 12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4위가 모두 한강의 작품이다. ‘소년이 온다’가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스페셜 에디션’ 순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던 12월 첫째 주 한강 작품 판매량은 직전 동기간 대비 72%나 늘어났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도 12월 첫째 주 한강 책 판매량은 전주 대비 90.9% 증가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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