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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줄대는 빅테크 수장들…애플 팀 쿡, 트럼프 자택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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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19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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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번째 임기를 앞두고 빅테크 수장들이 트럼프 당선인 ‘줄대기’에 나섰다. 빅테크 규제에 맞서 지원을 이끌어 내려는가 하면,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방문해 면담하고 저녁을 함께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쿡 CEO가 올해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쿡 CEO는 이 자리에서 애플 현안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의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 애플 앱스토어 운영 정책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애플에 부과한 과징금 문제와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관세 인상 방침 등과 관련한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됐다.

쿡 CEO와 트럼프 당선인의 인연은 1기 행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쿡 CEO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업이나 경제 이슈를 논의했고, 트럼프 역시 이를 즐겼다고 한다. 이 덕분에 애플은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10%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이폰을 제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타임스는 “쿡 CEO는 트럼프 당선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업가들에게 일종의 모델이 됐다”고 짚었다.

최근 미국 빅테크 경영자들은 앞다퉈 트럼프 당선인과 우호적인 관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올트먼 CEO의 기부는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에 이은 것이다.

올트먼 CEO는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사이가 매우 나쁘다. 오픈AI 창립 멤버였던 머스크 CEO는 올트먼 CEO 등 설립자들이 인류의 이익을 위한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후 영리를 추구해 처음의 약속을 어겼다면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오픈AI의 챗GPT에 맞서 머스크 CEO는 xAI를 설립해 자체 AI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사주이기도 한 베이조스 CEO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워싱턴포스트의 비판적 보도로 트럼프 당선인의 눈 밖에 났다. 지난 미 대선에서 역풍을 감수하고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워싱턴포스트의 지지 사설을 막는 등 대선 전부터 트럼프와 관계 회복을 도모했다. 베이조스 CEO의 우주기업인 블루오리진은 머스크 CEO의 스페이스X와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저커버그 CEO의 경우 페이스북이 보수적인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비판을 받아왔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메타가 X(옛 트위터)를 겨냥한 소셜미디어 ‘스레드’를 출시할 당시 머스크와 격투기 대결을 예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0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앤드루 퍼거슨 현 위원을 지명하면서 향후 빅테크 정책 방향성에 관심이 모였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FTC는 독과점 및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미국 연방 기관이다.

현재 위원장은 ‘빅테크 저격수’,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이다. 그는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에 잇따라 소송을 내고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었다.

퍼거슨 지명자는 FTC가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계속해야 하지만 AI 규제나 합병에 대한 엄격한 기준 등 칸 위원장의 의제 일부는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업 간 합병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우호적일 수 있으나 빅테크를 겨냥한 반독점 소송은 계속 공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망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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