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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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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 전직 축구 스타가 대통령 당선…조지아 정치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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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지아 야당 지지자가 수도 트빌리시에서 14일 미하일 카벨라슈빌리가 조지아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그의 캐리커처를 들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트빌리시/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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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새 대통령에 축구 선수 출신 친러시아 성향 극우 정치인인 미하일 카벨라슈빌리(53)가 당선됐다. 그러나 야당과 반정부 시위대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집권당인 ‘조지아의 꿈’이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가입 추진을 보류한 뒤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조지아의 정치적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지아 중앙선거위원회는 14일 열린 대선에서 카벨라슈빌리가 300명의 선거인단 중 224명의 표를 얻어 임기 6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조지아는 2017년 개헌으로 의원내각제 성격이 강화되어, 대부분의 국정 운영 권한은 의회 다수당을 이끄는 총리에게 있다. 대통령 직선제도 당시 개헌으로 폐지됐고 대통령은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뽑는 간선제를 택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기반이 되는 지난 10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 조지아 4개의 야당 연합은 카벨라슈빌리의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국민에 의해 선출된 합법적 기관과 대표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여기에 남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의 임기는 29일까지이지만, 총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임기 뒤에도 물러나지 않을 뜻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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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신임 대통령으로 뽑힌 미하일 카벨라슈빌리(왼쪽)가 14일 트빌리시 의회에서 조지아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기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트빌리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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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벨라슈빌리는 1995~97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등에서 스트라이커로 뛰었던 프로 축구 선수 출신이다. 스위스에서도 선수 생활을 하다가 귀국한 그는 2016년 조지아의 꿈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22년 그는 일부 다른 조지아의 꿈 의원들과 함께 ‘인민의 힘’을 창당했는데, 조지아의 꿈 위성 정당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는 서방이 조지아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또한 야당은 외국의 지시를 받는 “제5열”이고 주라비슈빌리 현 대통령은 “외국 대리 세력 최고위직 요원”이라고 비난해왔다.



조지아 정치는 지난 10월26일 치러진 총선에서 조지아의 꿈이 53.9% 득표해 의석 150석 중 89석을 차지하며 집권 연장에 성공한 이후 요동치고 있다. 야당 연합은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다며 총선 조작 의혹을 제기해왔다.



더구나 조지아의 꿈이 지난달 28일 유럽연합이 가입 절차를 이용해 조지아를 모욕하고 협박했다며 유럽연합 가입 노력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대규모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조지아는 헌법에도 유럽연합 가입 노력을 명기할 만큼 국민적으로 유럽연합 가입 여론이 높은데, 조지아의 꿈의 이런 결정은 큰 반발을 불렀다. 이후 수도 트빌리시 등에서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은 새 대통령으로 뽑힌 카벨라슈빌리가 조지아의 꿈을 창당한 비지나 이바니슈빌리의 “인형”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인구 370만명의 조지아는 1991년 소련 해체 때 독립한 이후 유럽 지향이냐 친러시아냐를 두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를 침공했고, 이후 전쟁의 계기가 됐던 조지아 내 남오세티야 분리주의 지역에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정부 당시 일어났던 이 전쟁은 2022년 2월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예고한 것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조지아의 꿈은 조지아 전쟁 이후에도 정부를 이끌던 사카슈빌리를 비판한 사업가 이바니슈빌리를 중심으로 2012년 창당했다. 창당 당시 조지아의 꿈은 중도 좌파 유럽 지향 정당을 표방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친러 성향으르 흐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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